[친절한 쿡기자] 아이돌 그룹 전성시대입니다. 그러나 이름 한번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사라지는 팀도 많습니다. 매년 적어도 수십 팀이 데뷔곡만 남긴 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춥니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 그룹은 무대에 한번 서기조차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논란의 중심에 서길 주저하지 않는 아이돌 그룹이 적지 않습니다. 금기를 깨는 방법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인 4인조 걸그룹 프리츠가 나치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12일 인터넷에 오른 사진을 보면 프리츠 멤버들은 검은색 드레스에 붉은색 완장을 차고 공연을 했습니다. 완장에 그려진 흰색 원에는 검은색 십자가가 그려져 있습니다.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떠오릅니다. 이들이 사용한 십자가 문양은 헝가리의 극우정당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의미로 여겨집니다.
네티즌들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루만 사는 걸그룹인가’란 제목의 글이 오르자 “저렇게 입고 유럽에 가면 총 맞는 것 아냐?” “아무리 관심이 필요하다지만 이건 아니다” “의상 코디네이터가 안티팬 아니냐” 등의 댓글이 잇따랐습니다. 몇몇 네티즌은 나치 군복에 붉은 완장을 찬 군인의 사진을 댓글 대신 올렸습니다.
‘프리츠’라는 이름도 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프리츠는 독일 사람들이 흔히 쓰는 이름입니다.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왕을 존경하는 독일인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사용하면 나치당의 프리츠 토트가 연상됩니다. 아우토반을 설계한 기술자인 프리츠 토트는 나치당에서 ‘토트 조직’을 만든 핵심인물입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노이즈마케팅이라고 하더라도 지나칩니다.
노이즈마케팅 중 가장 쉬운 방법은 노출입니다. 많은 걸그룹이 속옷을 보이거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추며 선정성 논란을 반복합니다. 5년 만에 복귀한 MC몽 역시 도발적인 앨범명과 타이틀곡으로 논란을 키웠습니다. 당장은 욕을 먹더라도 논란이 가라앉으면 홍보 효과만 남을 것이라는 계산이 엿보입니다.
이런 논란은 규모가 작은 기획사가 신인을 배출할 때 자주 일어납니다. 대형기획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치까지 동원하는 홍보가 적절한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두 번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팬을 확보하는 데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논란을 일으켜 반짝 얼굴을 내밀기보다 음악성을 앞세운 실력 있는 가수가 늘었으면 합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소녀들이 ‘나치 코스프레’까지… 도 넘은 아이돌 노이즈 마케팅
입력 2014-11-14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