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내년도 일자리 수가 더욱 줄어드는 ‘실업대란’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내년 채용 인원도 올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적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여 가뜩이나 바늘구멍 같은 청년취업 시장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국내 주요 민간 연구소들은 2015년 고용시장에 삭풍이 닥칠 것이라고 13일 경고했다. 수치는 각각 다르지만 ‘취업자 수가 줄어든다’는 부분은 모두 일치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취업자 증가치 전망을 올해 52만명에서 내년 35만명으로 낮췄다. LG경제연구원도 내년 취업자 증가치를 51만명으로 올해(58만명)보다 7만명 적게 잡았고,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에는 취업자 증가치가 40만명선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자리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주요 원인은 불황이다. 기업들의 실적이 수년째 하락하고 구조조정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은 엄두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고용 규모는 사업 실적과 곧바로 연결된다”며 “대부분 회사의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용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불황을 맞은 대기업들은 앞다퉈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상반기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9월에는 삼성SDI가 근속 20년 이상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일부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인력구조조정을 벌인 것이다. 그룹 안팎에선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도 희망퇴직을 통해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가 임원 30%를 줄였고, 한화그룹도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실적이 부진한 몇몇 사업을 중심으로 칼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장기 불황으로 시름 중인 정유업과 철강업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고용 규모가 큰 금융권에서는 증권사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어 씨티·SC 등 외국계 은행들이 인력을 수백명씩 방출했다.
대기업의 실적 악화는 곧바로 협력업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미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 부진을 겪은 삼성전자와 조선업계의 2~3차 협력업체들은 납품 물량 감소와 단가 하락을 견디다 못해 인력을 대거 줄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이 신규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불경기 상황에서는 부서 통폐합 등을 통해 자리가 줄기 때문에 구조조정으로 생긴 빈자리가 신규 인력으로 채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내년도 신규 인력 채용 규모는 현 상황을 유지하거다 약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주요 그룹 인사팀 관계자들은 “신규 채용을 늘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고용창출이라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 등을 고려했을 때 채용 규모를 현재보다 줄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불황 못견딘 기업들 너도나도 구조조정 취업문, 2015년엔 더 좁아진다
입력 2014-11-14 02:04 수정 2014-11-14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