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청년분과위원장으로도 일했던 김혜진(63) 전 대한레슬링협회장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정당 활동 과정에서 회식비를 자주 냈다. 개인 신용카드로 호기롭게 결제한 돈이 2200만원을 넘었다. 일단 카드를 긁고 ‘정보비’ 명목의 협회 예산으로 사후 정산을 받으면 될 일이었다.
협회 비상근 임원은 따로 급여가 없었지만, 그는 2005년 1월부터 2012년 1월까지 85개월간 매월 400만∼500만원씩 업무추진비를 받았다. 김 전 회장은 런던올림픽이 열린 2012년에는 레슬링협회가 추가비용 발생에 대비해 마련한 ‘예비비’를 직원들에게 임의로 나눠주고 8224만원을 개인 용도로 썼다. 그는 이미 2010년에도 광저우아시안게임 예비비 1136만원을 챙겨 본 경험이 있었다.
김 전 회장은 레슬링협회가 아시아레슬링연맹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처럼 경리 직원에게 회계처리를 지시한 뒤 1억1500만원을 빼돌려 쓰기도 했다. 이 돈은 그림과 산삼, 가전제품, 여행가방을 사는 데 쓰였다. 은퇴한 레슬링 선수들의 체육관 개설 보증금으로 지원됐다는 ‘보급 사업비’ 5829만원도 살펴보니 김 전 회장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김 전 회장은 레슬링협회의 예산이 연평균 37억원에 이르지만 회계·감사 규정이 허술하다는 점을 간파해 서류를 조작하고 돈을 착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레슬링협회 예산은 국고보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기업과 사회단체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다.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던 김 전 회장은 지난 3월 돌연 잠적했다가 지난달 검찰에 자수했고,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총 8억2159만원의 공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김 전 회장을 13일 구속 기소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공금 맘대로 빼돌리고 그림·산삼·가전 사는 데 쓰고
입력 2014-11-14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