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프로야구 결산] 1162 홈런 6477 득점… 불방망이에 마운드 난타

입력 2014-11-14 02:08

올 시즌 프로야구는 타고투저(打高投低) 광풍이 불었던 한 해였다. 타자들은 연일 새 기록을 내며 뜨거운 시간을 보낸 반면 투수들은 방망이에 난타당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극심했던 타고투저=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전체 팀 타율이 0.289로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리그 평균자책점은 무려 5.21이나 된다. 둘 다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최고 수치다. 종전 최고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1999년 0.276과 4.98이었다.

올 시즌 홈런은 1162개로 1999년에 이여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득점은 6477점으로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장타율도 0.443으로 1999년 0.441을 뛰어 넘었다.

반면 마운드는 수난시대였다. 5점대 리그 평균자책점 자체가 역대 최초다. 3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팀이 아예 없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투수는 단 6명에 불과했다.

◇개인 타이틀은 넥센 집안잔치=올 시즌 프로야구 개인 타이틀 경쟁은 넥센 히어로즈의 잔치였다. 넥센은 비록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에 실패했지만 개인 타이틀에서는 따라올 팀이 없다.

넥센은 개인 타이틀 14개 부문 가운데 무려 10개 부문을 독식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한 시즌 200안타의 주인공이 된 톱타자 서건창은 타율(0.370), 최다안타(201개), 득점(135개)에서 1위를 차지해 3관왕에 올랐다. 11년 만에 50홈런 타자 반열에 오른 4번 타자 박병호는 홈런(52개)과 타점(124개) 2관왕에 등극했다. 이밖에 출루율에서는 한화 이글스 김태균(0.463), 도루에서는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53개)가 타이틀 홀더가 됐다.

투수 부문에서도 다승(앤디 밴헤켄), 승률(헨리 소사), 홀드(한현희), 세이브(손승락) 등 4개 타이틀에서 넥센 선수들이 1위에 올랐다. 밴헤켄은 극심한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서 7년 만에 20승을 달성했다. 한현희와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넥센 불펜진은 리그 최강의 필승조임을 입증했다. 삼성 외국인 투수 릭 밴덴헐크는 평균자책점(3.18)과 탈삼진(180개) 부문 타이틀을 챙기고 4년 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우승 팀의 자존심을 세웠다.

◇MVP는 서건창 유력=개인 타이틀뿐만 아니라 최우수선수(MVP) 경쟁도 넥센의 집안싸움이 됐다. 서건창, 박병호, 밴헤켄, 강정호가 모두 MVP 후보다. 박병호는 삼성 이만수(1983∼1985년), 빙그레 장종훈(1990∼1992년), 삼성 이승엽(2001∼2003년) 이후 역대 네 번째로 홈런왕 3연패에 성공했다. 강정호는 유격수로는 역대 최초로 40홈런을 달성했다. 하지만 무게는 서건창에게 쏠려 있다. 전인미답의 200안타 고지에 오른 서건창은 신고 선수 출신이라는 입지전적인 스토리까지 갖춰 MVP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시상식은 18일 개최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