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비리가 끝이 없다. 자고 일어나면 터지고 또 터진다. 고구마줄기 캐듯 줄줄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군사기밀 유출과 해군의 특수전용 고속단정 납품 비리다. 검찰은 해군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 내용이 담긴 군사기밀을 빼돌린 방위산업체 L사 대표 박모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박씨는 1200t급 잠수함 도입 사업인 KSS-Ⅰ의 성능개량과 항만감시체계 사업 관련 문건을 방산업체 K사 김모(구속 기소)이사로부터 넘겨받아 독일 방산업체인 C사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문건에는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 개요와 전력화 시기, 주변국의 최신 잠수함 전력 현황 등 군사Ⅲ급 비밀이 담겨 있었다. 지난 7월 방위력개선사업을 국내외 군수업체에 넘긴 전·현직 장교와 무기중개상이 무더기로 적발된 데 이어 4개월 만에 터진 군사기밀 유출이다. 매국(賣國) 행위를 하는 이들이 아직도 군 안팎에서 도사리고 있다니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12일에는 현역 해군 준장이 관련된 고속단정 납품 비리 사슬이 경찰에 의해 드러났다. 해군이 고속단정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불법 행위가 저질러졌고, 고속단정 일부에서 사고 및 고장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영관급 군인 등이 이를 은폐하고 묵인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중고 엔진이 신품으로 둔갑돼 배에 장착됐고,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국방기술품질원 공무원 등은 뇌물을 받고 눈감아줬다.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엉터리로 써서 만든 고속단정이 우리 영해를 지켜왔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방산 비리는 우리의 방위력을 떨어뜨려 적을 이롭게 하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적행위’라고 질타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방산 비리 척결을 위해 대검·군검찰·국세청 등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수사본부가 일과성이 아닌 상시체제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방산 비리의 핵심인 ‘군피아’의 검은 고리를 하루빨리 끊어낼 수 있을 것이다.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군·방산업체·납품업체 관련자들에 대한 정신교육 등도 정기적으로 추진해 볼 수 있겠다.
[사설] 기밀 유출에서 납품 비리까지 軍을 어찌 할꼬
입력 2014-11-14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