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누구에게나 찬란한’

입력 2014-11-14 02:10

지난 6일 개봉된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집안이 가난한 초등학생들의 꿈 이야기다.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만이 자신을 팍팍한 현실에서 구해줄 수 있는, 그래서 축구선수가 되고픈 아이들의 이야기다. 각본은 전혀 없다. 창피할 법한 가정 형편도 그대로 노출되는 그야말로 ‘쌩’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실제 아이들이나 감독, 학부모들의 삶은 제목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들 대부분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저소득층 자녀들의 방과후 학습 지도를 해주는 경남도 지역아동센터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 아이들 중 축구를 하고픈 아이들을 모아 ‘희망 FC’ 구단이 만들어졌다.

김태근 2대 감독은 ‘축구는 놀이이며, 내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왕따였던 아이가 팀 리더가 되고, 무시당했던 아이가 자신감을 갖는다. “축구가 하고 싶어 죽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던 아이들은 가난할지언정 공을 찰 때는 찬란하다. 아이들이나 감독이나 영화에서 눈물을 많이 흘린다. 가난해서, 축구를 할 형편이 못돼서, 무시당해서….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초등부 주말리그 결선에서 희망 구단은 1대 1로 비겼으나 반게임 차로 본선 진출에는 실패한다.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엉엉 운다. 사실 희망 구단은 상대팀에 비해 실력이 낮다. 아이들도 감독도 안다. “열심히 했다.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감독도 함께 운다. 몇 안 되는 관객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끝난 뒤 커다란 바위가 보이는 강가로 간다. 김 감독은 아이들에게 ‘찬란한 희망’을 소리치게끔 한다. 그리고 한 명씩 태어난 이후 가장 큰 소리로 외친다. “축구선수가 될래요∼.”

희망 구단은 지난해 말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재정 지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김 감독과 아이들은 모여서 즐겁게 공을 찬단다. 경기는 졌지만 ‘찬란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이 다시 팀으로 합쳐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초·중생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보면 아주 좋을, 참 진솔하고 착한 이야기다. 오히려 어른들이 배울 수 있는….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