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말 잉글랜드의 축구클럽 사우샘프턴 FC는 리그 1(3부 리그)에서 허우적거렸다. 홈구장인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은 늘 썰렁했다. 파산 위기에 처한 구단은 학생들의 쌈짓돈에 눈독을 들이고 헐값에 티켓을 팔아 치웠다. 5년 후, 이랬던 사우샘프턴은 현재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 2위(8승1무2패·승점 25)에 올라 있다. 그들은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까?
잉글랜드 남부의 햄프셔주에 있는 인구 25만여 명의 사우샘프턴시를 연고지로 하는 사우샘프턴은 1885년 창단됐다. 클럽 별칭은 세인츠(Saints·성인들)인데, 창단 당시 클럽 모태가 교회 축구팀이었던 것에서 유래됐다. 사우샘프턴은 1992년 시작된 프리미어리그의 창립 멤버다. 그러나 2004∼2005 시즌 최하위로 떨어져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강등됐다. 2009년 리그 1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2010년 9월 나이젤 앳킨스 감독을 영입한 사우샘프턴은 2011년 다시 챔피언십으로 승격했다. 2011∼2012 시즌엔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해 2012∼2013 시즌부터 다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우샘프턴은 2012∼2013 시즌 프리미어리그 14위, 지난 시즌엔 8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이번 시즌 개막 전 사우샘프턴이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 팬들은 많지 않다. 팀이 거의 ‘공중분해’ 됐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시즌 프리뷰에서 “사우샘프턴은 강등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예상했다.
5년 전 리그 1로 강등됐던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킨 니콜라 코르테스 회장은 지난 1월 돌연 해임됐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8위를 이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현 토트넘 감독)도 떠났다.
카타리나 리베르 구단주는 루크 쇼(맨유), 칼럼 챔버스(아스널), 리키 램버트, 데얀 로브렌(이상 리버풀) 등 12명을 9500만 파운드(1643억 원)에 팔았다. 사우샘프턴은 유럽 클럽들 중 가장 많은 이적료 수입을 올렸지만 전력은 크게 약화됐다. 카나리나 리베르 구단주는 팀의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교적 싼 이적료를 주고 두산 타디치(트벤테·이적료 190억원), 그라치아노 펠레(페예노르트·138억원)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데려왔다.
사우샘프턴의 선전 비결은 열정과 조직력이다. ‘원 팀’으로 뭉친 사우샘프턴 선수들은 휴가를 반납한 채 훈련에 열을 올렸다. 사우샘프턴은 톱니바퀴 조직력과 탄탄한 수비로 최소 실점 1위(5실점)를 달리고 있다.
로날드 쿠만 사우샘프턴 감독은 최근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사우샘프턴이 지금처럼 잘한 적이 없다”며 “4위 이내 성적으로 리그를 마친다면 환상적일 것이다. 우리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해 승점을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와 성적은 비례한다’라는 법칙을 보기 좋게 깨고 있는 사우샘프턴이 시즌 끝까지 상위권을 유지해 팀 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태현 기자
2010년 3부 → 2014년 1부 2위… EPL 사우샘프턴의 반란
입력 2014-11-14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