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얼마나 끔찍하고 참혹한 것인지 영화를 보면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하루는 서로 죽이다가 다음날에는 함께 술을 마시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이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지 얘기하고 싶었죠. 잔인한 시대에 사는 만큼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겁니다.”
할리우드 영화 ‘퓨리’의 제작자 겸 주인공 브래드 피트(51)가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피트는 2011년 ‘머니볼’과 지난해 ‘월드워 Z’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내가 한국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국 영화시장은 이미 세계적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내한 이유를 설명했다.
오는 20일 개봉되는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베를린을 향해 진격하는 탱크부대의 활약상을 그렸다. 피트는 마지막 남은 탱크 ‘퓨리’를 이끄는 워 대디 역을 맡았다. 그가 연기하는 대디는 냉혹한 지휘자로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대디가 실수하면 전 대원이 죽는다. 병사들의 사기도 관리해야 한다. 옥죄고 풀어주는 걸 잘해야 한다. 그래서 엄격하면서도 잔인할 수밖에 없다”며 “지휘자로서의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좁은 탱크 안에서 남자 5명이 갈등하며 옥신각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피트는 “거의 파탄 난 가정의 모습과 비슷하다”며 “6명의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피트는 1993년 ‘흐르는 강물처럼’으로 데뷔한 이후 할리우드에서 20년간 톱스타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20년을 돌아봤을 때 훌륭한 아티스트와 작업한 게 성공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게 가장 큰 밑거름이었죠. 시골에서 영화를 보면서 자랐는데 영화는 제게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었죠.”
스타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그는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내 삶의 일부”라며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기반”이라고 했다.
주연과 더불어 제작을 겸하는 것에 대해 “아이디어 단계부터 팀을 구성하고, 편집까지 제작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게 매력적”이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에게 대부분 맡기고 명예제작자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지만 심오한 작품들을 지원하는 것을 제작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트는 한국 영화인과의 협업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작품은 없지만 한국에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는 것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내한한 로건 레먼(22)은 신참 병사 노이먼 역을 맡았다. 레먼은 “영화를 찍으면서 훌륭한 배우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었다”며 “피트는 대단히 근면 성실한데 연기하면서 배우들을 잘 때리기도 했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그는 “‘명량’ 전투 장면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나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영화 팬”이라고 소개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할리우드 영화 ‘퓨리’의 제작자 겸 주인공 브래드 피트 “슬럼프는 내 삶의 일부… 실패는 성공의 기반”
입력 2014-11-14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