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셉(54) 원천교회 목사는 경기도 수원 토박이다. 하지만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에 혼혈아로서 놀림과 아픔을 당하고 살았다. 그는 1961년 한국인 아버지 김장환(80·극동방송 이사장) 목사와 미국인 어머니 트루디 여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60년대 한국의 보릿고개 세대의 일원으로 살아오면서 이국적인 외모로 인해 정체성의 혼돈을 경험했다.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정체성 혼란으로 헷갈리는 삶을 살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있는 그대로’를 용납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계기가 됐다.
김 목사는 부친이 당시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였지만 목회 세습은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랐기 때문에 ‘대물림’을 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그는 94년 허허벌판이던 수원시 원천동에 중앙기독학교를 세우고 이듬해엔 원천교회를 개척, 다문화가정 어린이, 장애우, 선교사 자녀들에게 자신이 체득한 기독교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전하고 있다.
그는 고(故) 하용조 목사가 제목을 붙여준 ‘삶으로 가르치는 것만 남는다’를 펴낸 이후 8년 만에 후속작 ‘삶으로 배우는 것만 남는다’(두란노)를 펴냈다. 삶을 나누고 그 삶이 선교의 도구가 되는 진정한 가르침이 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 신관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그는 이날 배우 강석우와 윤유선이 진행하는 CGN TV ‘하늘빛 향기’ 프로그램 녹화방송에 출연해 혼혈아로 출생해 반백년을 넘게 살아온 얘기를 들려줬다.
김 목사는 “이론이나 말로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삶으로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은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면서 “하나님은 관계 안에서 예수님의 성품을 배워가게 하시고 하나님의 나라를 가르치신다”고 밝혔다.
김 목사가 피부색이 달라 놀림을 당하고 의기소침해 하자 트루디 여사는 아들을 꼭 껴안고 “하나님은 네 모습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며 예수님의 성품교육을 시켰다. 김 목사는 이날 이후로 단 한번도 혼혈아라는 말에 화를 내거나 삐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목사의 아버지 김장환 목사는 자상하고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와는 달리 매우 엄격한 편이다. 자식들이 잘못하면 반드시 체벌을 했다. 어린시절부터 ‘공짜는 없다’는 교육을 시켰다. 김 목사는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아이스께끼’를 팔아야 했다. 중·고등학교 땐 스스로 신문을 배달해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미국 유학도 마찬가지였다.
교회는 물려받지 않았지만 부친의 ‘허리띠 훈육법’만큼은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거짓말을 하거나 순종하지 않거나 함부로 싸움을 하는 날엔 가죽 허리띠로 엉덩이 세 대를 맞아야 한다. 딸이 가출했을 때 김 목사는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징계하신다는 말씀이 떠올라 그날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아이를 사랑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하루 종일 뒤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삶의 터전을 주셨고, 일상에서 하나님과 함께 일구어가기를 원하신다”면서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심긴 곳에서 꽃을 피워 이 세상에서 예수님의 향기를 전하는 모두가 되기를 소원한다”고 밝혔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책과 영성] “아픔 겪었던 삶으로 전도해야 설득력”
입력 2014-11-15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