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근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세계지리 문제 오류를 인정하면서 올해 수능 출제위원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변별력을 높이겠다고 문제를 ‘꼬아서’ 출제했다가 다시 오류가 발생할 경우 수능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쉬운 수능’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더욱 난이도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교육평가원은 12일 “2015학년도 수능은 교육과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쉬운 수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 배점인 3∼4점짜리 문제라도 다른 문제와의 난도 차이를 크지 않게 한다는 뜻이다.
이 ‘약간의 난도 차이’가 수능 출제자들을 애먹이고 있다. 통상 어려운 문제는 기존 교육과정을 비틀어 출시되는 변형 문제들이다. 과목별 학습 내용을 종합해 풀도록 요구하는 식으로 출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출제 단계가 막바지에 접어들 때쯤 세계지리 오류 사태가 불거졌다.
한 유명 대학 입학처장은 “출제위원들이 소신껏 문제를 내자니 불안하고, 쉽게 내자니 하도 쉬운 문제만 나온다고 비판하니까 무척 힘들었다더라”고 전했다. 지난 6월과 9월 모의고사의 경우 국어와 영어 영역 만점자가 속출해 너무 쉬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런 상황에서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며 ‘약간의 난도 차이’를 주되 ‘오류가 없도록’ 문제를 내려다보니 출제위원들이 매우 곤혹스러워했다는 것이다.
평가원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올해는 문제 검토 인원을 늘리고 점검 작업을 강화했다. 문제 점검 작업은 영역 내 검토, 영역 간 교차 검토, 최종 전체 상호 검토의 절차로 이뤄진다. 이번에는 문항에 활용된 데이터와 교과서에 소개된 자료가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토록 했다. 오류가 인정된 지난해 세계지리 8번 문항이 지도에 표기된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데이터 오류 탓이었기 때문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데이터 같은 경우는 필수적으로 확인하던 부분이 아니었는데 이번엔 연도나 수치를 다시 확인하고 검토하도록 강화했다”면서 “지난해 200명 수준이던 검토요원도 이번에 늘렸다”고 말했다.
13일 치러지는 2015학년도 수능에는 64만명이 응시한다. 응시자들은 오전 8시10분까지 고사장에 입실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112나 119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
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전자기기는 집에 두고 가야 한다. 반입금지물품을 시험장에 갖고 들어갔다가 적발되면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최근 4년 새 수능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된 수험생은 2009년 96명에서 지난해 188명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험장 반입이 금지된 휴대전화를 소지했다가 적발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수능일에는 전국 곳곳의 수은주가 영하권으로 떨어지겠다. 수능 도입 후 첫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져 16년 만에 가장 추운 수능일을 맞이할 전망이다. 수원·세종 영하 2도, 춘천 영하 5도 등 중부지방 곳곳에 영하권 추위가 예보돼 있어 옷차림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변별력보다 오류 없어야”… 2015학년도 수능 출제위원 진땀 흘렸다
입력 2014-11-13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