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58년 개띠’, 베이비붐 세대다. 그가 세상을 등진 것은 지난해 12월 31일. 경기도 광명의 어느 반지하방에서 혼자 추위에 떨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 조서에 적힌 사인은 ‘가스중독사’였다.
그는 보증금 300만원을 내고 17만원 월세방에 살았다. 집세가 10개월째 밀려 있었다. 집주인은 밀린 월세에다 다음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3개월 치 월세를 보증금에서 제했다. 사람이 죽었으니 짐을 치우고 도배할 비용도 필요해 그 돈도 뺐다. 결국 A씨의 보증금은 한 푼도 남지 않았다.
그의 시신은 병원 안치실에 보관됐다. 보관비는 하루에 12만5000원. 경찰이 시신 수습할 사람을 찾았지만 하나 남은 혈육인 친형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형은 장례를 치를 여력이 없었다. 광명시가 장례를 치러줄 때까지 시신은 수개월간 차가운 안치실에 누워 있었다.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한 독거노인 등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孤獨死)는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고독사 중에서 시신을 인수할 사람조차 나타나지 않거나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를 무연사(無緣死)라고 한다. A씨는 전형적 무연사였다. 고독사와 무연사의 증가는 ‘가족’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1차 사회관계망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서울 양천구의 반지하방에서 B씨(63) 시신이 발견된 건 사망한 지 열흘 정도 지난 9월 30일이었다. 시신은 부패해 악취와 벌레로 가득했다. 경찰이 발견한 통장 3개에는 각각 3000원과 414원, 2만1000원이 남아 있었다. 9월 19일 한 통장에서 45만원을 출금했던 게 마지막 기록이다.
경찰이 B씨 가족을 찾아 죽음을 알렸지만 가족은 연락을 끊어버렸다. 지체장애인인 그의 형은 장례와 시신 안치 등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만성으로 알코올을 남용했고 치매 질환이 있다’고 적힌 경찰의 검안서가 B씨에 대한 마지막 공식 기록이다.
우리나라 고독사를 집계한 수치는 없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무연고 사망자 숫자로 가늠할 뿐이다. 2010년 647명에서 2012년 719명, 지난해 878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0년 647명 중 48.6%는 60세 미만(60세 이상은 47.7%)이었다. 청장년층의 고독사도 결코 적지 않다.
일본에서는 이미 2000년대부터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독거노인은 물론 40·50대 장년층까지 고독사가 번지면서 ‘무연사회(無緣社會)’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2007년부턴 정부가 나서서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독거노인 24시간 상담·신고 센터를 운영하거나 수도·가스 검침 때 1인 가구의 이상 징후를 파악토록 했다.
일본이 고독사에 민감한 건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중산층에까지 깊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경제·사회적으로 안정된 우리나라 ‘골드 싱글’도 노후 대비가 부실할 경우 일본의 전례를 피해가리란 보장이 없다.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에 따르면 도쿄의 사례를 일본 전역으로 환산할 경우 연간 2만6821명이 고독사하고 있다. 사후 이틀 이상 지나 발견된 시신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사망 직후 수습되는 시신을 포함하면 고독사는 더욱 늘어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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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3 03:49 수정 2014-11-13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