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형식 놓고 신경전

입력 2014-11-13 03:02
중국과 미국이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 형식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수주 전부터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받도록 하자고 중국 측에 요구했다. 중국 측은 이에 아무 대답이 없다가 기자회견 시작 몇 시간 전에서야 각 정상이 지명하는 자국 기자 한 명씩 질문을 받게 하자는 데 동의했다. 시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거의 받지 않아왔다.

기자회견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뉴욕타임스(NYT) 마크 랜들러 기자가 질문자로 나섰다. 그는 양 정상에게 홍콩 민주화 시위 문제와 함께 시 주석에게는 특히 중국이 일부 미국 기자의 중국 비자 발급을 거부한 일을 물었다. NYT와 블룸버그 등은 원자바오 전 총리 일가의 부정 축재 의혹을 보도한 이후 일부 기자들의 비자 연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당초 랜들러 기자의 질문을 인지하지 못한 듯 다른 중국 기자의 질문을 받았지만 나중에 다시 랜들러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시 주석은 “어떤 문제든 발생하면 이유가 있게 마련”이라며 “문제를 일으킨 쪽에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해선 “불법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열린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은 7시간30분가량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랜드 리조트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 형식을 모방한 듯했다. 당시에도 8시간 가까운 회담에 50분가량 산책이 있었다.

전날 밤 만찬을 겸한 비공식 정상회담은 예정보다 2시간 넘게 이어져 4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신화통신은 “두 정상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면서 내용을 공개했다. 시 주석은 “중국인은 예로부터 국가의 독립과 통일, 존엄을 중시해 왔다. 양국은 서로 존중해야 전략적 오판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은 중국을 억누르거나 봉쇄할 뜻이 전혀 없다. 이는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화답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