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전자공학 박사다. 국내외 여러 반도체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그가 역사에 대한 책을 썼다. 자식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교과서적인 역사책들과는 여러 모로 다르다. 11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흥미롭다. 특히 틀에 박힌 역사 해석이나 지식으로서의 역사를 벗어나 청소년 독자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상상하며 독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구조가 돋보인다. 저자는 “우리는 역사를 배우는데 있어서 사건을 단순화하여 결론을 쉽게 내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것은 역사의 팩트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고구려의 멸망을 예로 들어보자. 왜 멸망했을까? 흔한 답변들이 있다. “고구려 기병은 세계 최강이었는데 연개소문의 아들들이 단결을 못 해서” “신라가 민족적 대의를 버리고 외세인 당나라와 연합해서”, 혹은 “연개소문이 아쉽게 일찍 죽어서” 등이 그렇다.
그런데 이게 진실일까? 저자는 역사를 하나의 사건으로 보지 않고, 그 주변과 맥락을 살펴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대만에서 오래 공부한 경력을 바탕으로 중국 역사를 자주 끌어와 우리 역사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한 점은 돋보인다. 영류왕과 연개소문, 김춘추와 김유신의 관계를 파트너십과 리더십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고선지 이정기 김교각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도 조명한다.
김남중 기자
[손에 잡히는 책] 주변국 정세 묶어서 살피는 삼국시대 이야기
입력 2014-11-14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