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집중 탐구한 책이 처음 나왔다. 저자는 교토산업대학 세계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이자 2006년 ‘우경화하는 신의 나라’라는 책을 쓰기도 한 일본 연구자 노다니엘(60)씨. 아베는 지난 4월 저자의 인터뷰 요청에도 응했다. 저자는 아베에 대해 “도회적이고 여성적인 인상”이라며 “아베가 자신을 한국에 알리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베는 누구인가? 저자는 세 가지 방향에서 아베를 탐구한다. 아베 개인사에 대한 탐구, 아베 정권의 주요 정책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일본 정치 엘리트들의 심층심리에 대한 탐구가 그것이다.
아베는 일본 정계에서 ‘사라브렛도’라고 불린다. ‘thoroughbred’의 일본식 발음으로 우리말로 하면 ‘순혈종마’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외할아버지(기시 노부스케)와 외할아버지의 동생(사토 에이사쿠) 둘 다 총리를 지냈고, 부친(아베 신타로) 역시 외무상에 올랐으며 모두가 총리가 되리라고 예상하던 때 갑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올해 회갑을 맞은 아베는 회사원 생활 3년을 제외하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온전히 정치의 세계에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보수주의 강성 정치가였던 외할아버지와 부친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저자는 아베의 싱크탱크인 ‘진정한 보수정책연구회’(현재는 ‘창생일본’), 정적들, 파벌들, 보좌진과 측근들까지 두루 조명하면서 아베가 2018년까지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일본군 위안부 부정, 독도 영유권 논란, 신사 참배 등 한국을 향한 아베의 역사 도발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일본 내부에서도 헌법 개정, 교과서 개정, 국방군 창설 등을 추진하며 논란의 핵심에 있다. 그런데도 일본 국민들의 지지는 꽤나 두텁다.
이유가 뭘까? 아베 정권의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후 레짐에서의 탈각’이다. ‘전후 레짐’이란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에 대하여 승전국 미국이 헌법 등을 통해 부과한 규칙, 제도, 행동규범으로 1945년 이래 일본사회의 뼈대를 이뤄온 체제를 말한다. 아베는 여기서 벗어나 진정한 독립을 성취하고 ‘보통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운명과 방위를 스스로 결정하는 나라가 되겠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일본사회의 대변혁을 의미한다.
아베에 대한 탐구는 일본을 지배하고 있는 보수세력이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으며, 그들이 공유하는 생각과 가치가 무엇인지, 그래서 앞으로 일본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게 한다. 자료가 충실한 데다 시각이 독창적이고 깊어서 현재 일본에 대한 안내서로 손색이 없다.
김남중 기자
[책과 길] 아베, 넌 누구냐… 한국인 학자가 집중탐구
입력 2014-11-14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