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밤을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 미네소타의 시골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별과 달을 보며 자란 후 지구의 빛에 관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는 말한다. “평온한 수면과 생체리듬, 예술과 사유뿐만 아니라 끝내는 당신 자신을 잃게 될 것이다”라고. ‘지구상 가장 어두운 곳으로 떠나는 깊은 밤으로의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어둠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다루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을 꽉 채운 은하수를 본 적이 있는가. 가로등, 주차장, 주유소, 쇼핑센터, 운동장, 사무실, 가정집 등에서 흘러나온 불빛으로 눈부신 밤은 결코 안전하지도, 이롭지도 않다. 인공 불빛으로 밝힌 밤은 오히려 어둠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가리고, 수면장애에서 암에 이르는 질병을 일으키며, 수많은 야생동물들을 죽음으로 내몰 뿐이다.
한반도의 밤은 대조적이다. 남한의 서울은 선진국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휘황찬란하다. 하지만 비무장지대를 시작으로 갑자기 캄캄한 어둠이 펼쳐진다. 오랫동안 고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러면서 지구 전체에 희망의 불빛을 환하게 비추게 하는 동시에 밤의 세계지도가 더욱 어두워지게 하는 방법은 없는지 질문한다. 노태복 옮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인공 불빛 끄면 새롭고 황홀한 세계 드러난다
입력 2014-11-14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