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괴물로 보이는 건 아닐까. 이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보는 부모라면 속으로 뜨끔해지며 그런 생각이 들 것 같다. 아이의 눈으로 보면 괴물이 별 건가. 친구와 놀지 못하게 하고, 위인전 읽기를 강요하고, ‘일류’로 키우고 싶다며 아주 어릴 때부터 과외 선생을 붙이고, 늘 ‘공부! 공부!’ 소리치는 어른들이 괴물이다. 아이의 마음은 온통 낮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친구와 놀던 놀이터에 가 있는 데, 그런 건 전혀 상관하지 않는 부모 말이다.
책은 어른의 입장에서 보자면 ‘보통’의 부모를 괴물로 그린다. 그런데 친근하다. “내가 못 살아, 정말! 가방도 내팽개치고 어디 갔나 했더니 놀이터에서 놀고 있어? 그것도 인간이랑!”
어딘가 귀에 익은 말투 아닌가. 책 속의 엄마 괴물이 하는 말은 불쑥불쑥 우리 부모들이 뱉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괴물은 아주 친근하게 묘사되어 있다.
부모가 미워 무조건 반대로 인간에게 좋은 일을 한 아기 괴물이 ‘나쁜 괴물 최고상’을 받자 상을 받았다며 좋아하는 엄마 아빠 괴물. 이래저래 보통 부모들의 모습과 닮았다. 아이와 함께 보며 부모가 어떻게 할 때 서운했는지 이야기하면 좋을 만한 그림책이다. 아이는 제 생각을 그림책 속 아기괴물 주인공이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아 유쾌할 듯 하다.
작가는 괴물이나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림책을 즐겨 그린다. 데뷔작 ‘꼬리야? 꼬리야!’는 프랑스, 스위스 등지서 좋은 그림책에 수여하는 국제적인 상을 받았다.
손영옥 선임기자
[어린이 책-세상에서 가장 나쁜 괴물 되기] 내 마음 온통 놀이터 가 있는데… 어른들은 ‘공부하라’
입력 2014-11-14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