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대규모 군사훈련 사전통보… 해상 조우 때 ‘수칙’도 마련

입력 2014-11-13 03:0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공식 정상회담에서 미소 짓고 있다. 시 주석 옆 안경 쓴 이는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고 다른 쪽은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이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식 정상회담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양옆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붉은 옷)이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군사신뢰 구축기제’ 마련에 합의한 것은 양국 군대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방예산을 매년 10% 이상 늘리고 있다. 특히 주요 해상교역로이자 동남아 국가와 영토 분쟁이 일고 있는 남중국해에 해군과 공군력을 빠르게 증강시키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태평양을 확고히 장악해 온 미국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양국 함정과 전투기 간 조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8월 18일에는 중국군 수호이(Su)-27 전투기 1대가 동중국해 상공에서 미 해군의 P-8 대잠초계기에 약 15m까지 근접비행을 해 양국 국방부가 설전을 벌였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함공모함 랴오닝함을 감시하던 미군 순양함 USS 카우펜스호에 중국군 상륙함이 180m까지 접근해 충돌 직전까지 갔다.

양국은 이번에 군사분야 협력을 통해 군사정책과 전략의 변화, 대규모 해·공군의 이동과 군사훈련 등 주요 활동을 서로 사전에 통보하기로 했다. 상대방이 이에 대비하게 해 과민반응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양국 군대의 해상 조우 시 행동수칙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것은 1972년 구 소련과 미국 간에 체결된 해상충돌방지협정(Incidents-at-Sea Agreement·INCSEA)과 비슷한 내용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거듭된 요구에도 해상충돌 방지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적국으로 상정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거부해 왔다.

양국은 또한 군용기간 공중 조우 시 구체적인 수칙도 마련하고, 미사일 발사 통보 규정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11일 “우리는 이제 의도하지 않은 양국 간 군사적 행위로 무력 충돌을 촉발할 위험을 크게 줄이게 됐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중 간 이러한 군사충돌 방지협정이 마련되면 센카쿠 열도에서 무력 충돌 위험이 높아진 중국과 일본 해·공군 간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으로서는 중국, 일본과 공통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방공식별구역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또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다시 천명,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겠다는 데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 조성에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 틀인 6자회담에 대한 지지 입장을 유지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