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아이돌 가수들의 중국 활동으로 시작된 한·중 문화 교류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수출, 공동 제작으로 이어졌다. 지난겨울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전성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중화사상(中華思想)이나 자문화 보호정책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대해 문화·체육계는 “한류 열풍의 재도약 계기”라며 “법과 제도적 기반을 확립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콘텐츠 소비국 中…한류 재도약 발판 될까=엔터테인먼트 시장 개방에 따라 양국 간 문화 콘텐츠 제작과 거대 자본 투자가 활발히 오갈 것으로 보인다. 합작법인 형태로 한국 업체가 중국에 공연장을 설립하거나 공연을 중계할 수 있게 되면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중국 공연계를 무대로 한·중 콘텐츠 합작 붐이 생길 수 있다.
중국 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지분을 49%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한류 스타들이 국내 자본이 투자된 중국 기획사를 통해 현지 활동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국내 기획사에 소속돼 있던 중국인 멤버가 양국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음악 사업자의 저작권과 저작인접권 등을 지키는 조항이 명시되면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반경도 넓어졌다. 양국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의무를 상세히 규정하고, 관련 판결과 법령 등을 서로 공개키로 했다. 가수를 비롯한 공연 실연자·음반제작자의 보상청구권, 저작권, 저작인접권의 기술보호 조치도 명문화했고 영화 등 콘텐츠 상영 시 불법 배포를 목적으로 한 무단 촬영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도 확보했다. 이른바 ‘해적판’ 영화 콘텐츠의 무분별한 유통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송출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저작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 보호기간’을 20년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50년으로 늘렸다.
중국이 스포츠 시장도 개방하기로 해 국내 기업과 자본이 스포츠 프로모션 이벤트와 스케이트·볼링장 등을 영업할 수 있는 발판도 생겼다. 미국 일본 독일 등 3국에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중국인 해외여행 업무에 우리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국에서 요우커(游客·중국인 관광객) 대상 여행 상품을 기획,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개방 수준은 홍콩과 대만을 제외하곤 가장 높다.
◇양국 문화·체육계의 협업이 관건=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윤재식 박사는 12일 “음악이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FTA를 통해 중국 내 법 개정의 가능성이 열리면서 우리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단초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콘텐츠 무단 표절이나 불법 유통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있다. KBS 관계자는 “방송 프로그램은 활용 주기가 짧고, 외국 콘텐츠 수입이나 합작에 대한 중국 내 부수적 규정이 워낙 많다 보니 FTA의 큰 의미가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심의 완화나 세제 혜택 등 한류 콘텐츠의 중국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는 노력과 함께 국내에서 이뤄지는 중국 콘텐츠의 불법 배포와 유통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FTA가 상호적인 성격의 협정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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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3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