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경찰·소방관이 정부와 여당의 공무원연금 개정안에 반대하며 묵은 불만을 쏟아냈다. 쥐꼬리 월급을 주면서 무한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정부를 향해 ‘악덕 기업주’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경찰 조직에서 정부를 정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는 이례적이다.
부산 사하경찰서 괴정지구대 김기범 경장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정 관련 토론회에서 “직무 특수성은 그만큼 혜택을 줘야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특수한 만큼 혜택은커녕 무한한 희생만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공무원연금 개정안이 위험하고 열악한 근무여건 등 경찰 업무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경장은 “일반 공무원은 민간 대비 상대적 박봉에 박탈감을 느꼈겠지만 경찰·소방공무원은 수십년간 일을 하고도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했다”며 “편성된 예산 안에서 초과근무수당을 주다 보니 그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선 무료 봉사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금액만 보면 경찰직 봉급이나 초과근무수당은 일반직 공무원과 별 차이가 없다. 직급에 따라 일반직보다 좀 더 많은 경우도 있다. 다만 공안직인 교정·보호·검찰사무·마약수사·출입국관리·철도공안과 비교하면 대부분 직급의 급여가 조금씩 낮은 편이다.
장신중 전 강릉경찰서장은 “현행법은 경찰관이 부당한 지시로 사망하거나 부상해도 국가가 책임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경찰관에게 정부와 정치인은 악덕 기업주 그 자체였다”고 비판했다. 장 전 서장은 1982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지난해까지 32년간 재직했다.
소방공무원 대표로 나온 전북 부안소방서 정은애 격포110안전센터장은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악을 보면 우리가 대한민국 공무원의 일원이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경찰관들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정치인은 악덕기업주”
입력 2014-11-13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