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시진핑, 오바마에 ‘IT 관세 철폐’ 통큰 선물

입력 2014-11-13 02:57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1∼12일 이틀간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 난항을 거듭하던 중요한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정보기술(IT) 제품의 관세 철폐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합의했다.

우선 양국이 IT 제품 관세 철폐에 합의함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진행돼 온 정보기술협정(ITA) 적용품목 확대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1997년 체결된 ITA는 반도체, 휴대전화, 컴퓨터 등 200여개 IT제품의 관세 철폐를 규정한 다자간 협정이다. 미국 중국을 비롯한 78개 체결국은 기존 무관세 품목에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기 위해 협상을 벌여 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ITA의 신속한 개정을 촉구했지만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견지해 협상이 지지부진해 왔다. 위젠화 중국 세계무역기구(WTO) 대사는 지난 3월 “IT 제품의 관세가 철폐되면 (중국의) 수입 관세가 270억 달러(약 29조원) 줄어드는 반면 수출 관세는 30억 달러(3300억원)밖에 줄지 않는다”면서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IT 제품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중국과 미국의 합의가 중국의 대폭 양보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중 관계에 고무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반대 목소리를 냈던 중국이 수용 쪽으로 돌아서면서 다음 달 제네바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WTO 회원국들의 비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ITA가 개정되면 의료장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비디오게임기, 차세대 반도체 등 첨단 IT제품에 대한 관세가 크게 낮아지거나 없어진다. 현재 차세대 반도체의 최고 관세율은 25%, MRI 장비 8%, GPS 기기 8% 등이다. USTR은 첨단 IT 제품의 관세 철폐로 1조 달러(1095조원) 규모의 무역 개선 효과가 나오고 미국에 6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합의한 것도 ‘깜짝’ 뉴스다. 중국은 2030년을 전후해 더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지 않기로 했고, 미국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에서 26∼28%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미국의 기존 목표치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17% 감축이었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 1,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하지만 미국은 선진국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부여한 ‘교토의정서’를 2011년 탈퇴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 의무가 2015년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5%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이 그동안의 소극적인 모습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서면서 한국을 비롯한 기타 국가들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