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정책 공세모드 전환?… 원·달러 환율 장중 1,100원 돌파 1년2개월만에 처음

입력 2014-11-13 02:51

원·달러 환율이 엔저 여파로 장중 1100원을 넘어섰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 가치도 떨어지는 동조화가 강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우리 정부의 외환정책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102.9원까지 치솟았다가 전날보다 4.4원 오른 1096.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1100원을 웃돈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상당 부분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엔화 약세(엔저)가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원화 약세로 이어진 것이다. 일본에선 의회 조기 해산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내년 10월로 예정된 2차 소비세율 인상이 미뤄질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116엔 선을 넘나들고 있다. 소비세 인상 연기는 일본 경제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에 통화가치 하락을 불렀다.

엔·달러 환율 상승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의 ‘원·엔 동조화’ 발언 이후 뚜렷해졌다. 주 차관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엔화와 원화가 동조화해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DB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정부가 소극적 대응에서 적극적 대응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그동안 정부 정책은 수출보다 내수에 중점을 두면서 내수에 이득이 큰 원화 강세를 어느 정도 용인해왔는데, 최근 경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외환정책 기조도 수출 여건을 지원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엔 동조화가 유지되면 엔저로 국내 수출기업이 받는 타격이 완화될 수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도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돌파한 것에 대해 “수출업체에 도움이 돼 엔저의 악영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주식시장에선 매도에 나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많아지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서 연구원은 “원화 약세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는 크지 않다”며 원·엔 동조화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