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타결 이후-인터뷰] 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 부총재 “중국선 기술력만으로 1위 안돼”

입력 2014-11-13 02:01

13년 연속 중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1위, 10대 글로벌 혁신기업에 유일하게 들어간 중국 기업.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그룹의 리판(47·사진) 부총재는 12일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시장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 기업들이 중국시장 진출 전략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국 칭다오시에서 개최한 ‘2014 한·중 CEO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한국 기업 간 경쟁력 역전을 우려하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한 샤오미를 예로 들며 “기술력이 뒤처져 삼성전자가 1위를 놓친 게 아니다”며 “샤오미가 젊은층 소비자를 상대로 한 마케팅 전략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샤오미가 소비자로부터 사전에 들어온 예약 주문을 받아 이를 반영한 스마트폰을 개발한 다음 협력업체를 찾아가 맞춤형 생산에 나섰음을 강조한 얘기다.

리 부총재는 “삼성전자는 연구팀에서 개발한 제품만을 출시하는데 반해 샤오미는 제품 개발 전에 소비자들과 교류해 기능, 시스템, 프로그램 등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고 전했다. 그는 “브랜드 경쟁력은 소비자가 체험하면서 직접 결정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를 잡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얼 역시 한국시장을 겨냥해 소비자 수요로부터 출발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맞춤형 전략을 펼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 업체를 쫓거나 뛰어넘는 것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가 부여한 목표를 세우고 그 기회를 잡아 좋은 기업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단순히 가장 성공한 기업이 되는 것만이 우리의 목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한국 기업과의 협력 계획에 대한 질문에 그는 “FTA 체결 이후 통관 등 혜택이 클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진출해 있는 해외 시장 플랫폼을 이용해 한국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코트라와 협력 메커니즘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한국 업체와 기술 협력을 하고 있으며 쿠쿠, 휴롬 등 중견기업들과 공조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칭다오=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