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는 죽어서도 외로운 경우가 많다.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친인척, 지체되는 행정 처리의 틈바구니에서 망자(亡者)의 시신은 병원 영안실의 차가운 냉동고에서 하염없이 대기하기 일쑤다. 이런 상황이 늘어나자 전문적으로 고독사를 보듬는 민간단체가 속속 등장했다.
한마음장례실천나눔회 이재동(57) 사무국장이 고독사한 어느 할머니의 시신을 차마 지나치지 못했던 것은 2006년이었다. 장례식장에서 ‘돈이 안 된다’며 돌려보내는 것을 보고 붙잡아 ‘내가 돈을 낼 테니 장례를 치러 달라’고 말한 게 계기였다. 주변 사람들과 조금씩 돈을 모아 아무도 돌보지 않는 시신의 상장례(喪葬禮·주검을 처리하는 의례절차)를 치르고 존엄한 생명의 마지막을 함께해왔다.
이 국장은 “통계에 안 잡혀서 그렇지 우리나라에서 혼자 살다 죽는 사람이 매년 몇 만명은 될 것”이라며 “돈이 없어 시신을 처리하지 못해 우리 협회에 연락하는 경우도 해마다 100건이 넘는다”고 했다. 활동이 알려지면서 2006년 46건이던 시신 수습은 2007년 70건, 2008년 100건으로 증가했다.
그는 엄밀하게 가족이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장사법을 보면 가족 범위가 1번 친족, 2번 직계존비속, 3번 사촌…. 하다못해 시설의 장 등 10가지 유형의 연관된 사람이 있어요. 천애고아라도 생모가 있고, 그 생모의 친척도 있거든요.”
이 국장은 고독사를 단순하게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점점 혼자 죽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며 “시체 처리 포기각서만 쓰면 국가에서 해준다는 걸 이제 국민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독사가 늘자 현장을 청소하는 전문 업체도 등장했다. 2008년부터 ‘특수청소업’이란 이름으로 영업 중인 ‘바이오해저드’ 김새별(40) 대표는 장례 지도사가 고독사 시신을 수습하고 나면 악취가 진동하는 현장을 치우고 유품을 정리한다.
김 대표는 고독사가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엔 40, 50대 중장년층이 고독사의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며 “혼자 쓸쓸하게 살다 외로워서 술 먹고 건강관리는 못하고 죽을 때가 돼야 병원에나 가본다”고 말했다.
고독사한 사람의 가족이 ‘특수청소’를 의뢰하는 건 집 보증금·예금 등 나눌 재산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라고 한다. 대부분은 고인이 살던 집의 주인들이 김 대표에게 연락한다.
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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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3 02:36 수정 2014-11-13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