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간 전북 산하 240㎞… 길 위의 인문학 만난 ‘뚜벅이들’

입력 2014-11-13 02:03
‘순례학교-뚜버기’에 참여한 전주시내 중학생들이 지난여름 한 냇가를 건너고 있다. ‘순례학교-뚜버기’ 제공

“걷고 생각하고 땀 흘리면서 자연의 변화를 느꼈어요. 물의 소중함과 바람의 소중함도 알게 됐지요.”

전북 전주시내 3개 중학교 학생들이 7개월간 전북의 산하를 함께 걸었다. 성심여중과 효문여중, 기전중 학생 30명은 인문학 도보 순례 동아리 ‘순례학교-뚜버기’란 이름으로 한 달에 두 번씩 토요일에 만나 240㎞에 이르는 ‘아름다운 순례길’을 돌았다. 이들은 한 주는 25㎞ 정도의 길을 걷고, 한 주는 문학인 등을 찾아 특강을 들었다.

이 일정엔 각 학교에서 6명의 선생님이 참여했다. 이들은 학교별로 독서나 걷기동아리를 이끌어 오면서 정보를 공유하다 인문학 체험과 도보순례를 함께 하는 연합동아리를 구성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이에 학부모 2명과 문규현 신부도 동참했다.

이후 학생들은 지난 4월 전주 풍남문을 출발해 익산과 김제 등의 들길과 산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어느 날엔 박성우 시인의 정읍 작업실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비유해 보기’ ‘거꾸로 생각해 보기’ 등도 연습해 봤다. 7월엔 세월호 유가족 십자가순례단이 안산을 출발, 전북을 지날 때 부안∼고창 구간을 함께 걸었다. 9월엔 마을공동체로 되살아난 ‘삼례 비비정마을’을 둘러봤다.

그러는 사이 학생들의 몸짓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성심여중 김지은양은 “친구들과 같이 넓은데서 맘껏 이야기하고 땀도 흘리고 먹고 좋았다”고 떠올렸다. 효문여중 임지연양 등 상당수는 지난달 백일장대회에서 상을 받는 작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성심여중 형은수 교사는 “걷기는 아이들을 살아있게 했다”며 “아이들의 분출하는 에너지를 자연 속에서 발산하는 것은 내면을 성찰하고 배움을 정리하는 데 주효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15일 16번째 일정이자 마지막 구간(전주 삼천∼전주천)을 걷고, 최명희문학관에서 수료식과 나눔의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