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끊는 어린이집 끊고 유치원으로 대탈출

입력 2014-11-13 02:14
정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놓고 공방을 벌이면서 유치원 입학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12일 전국 시·도 교육청 등에 따르면 시·도 교육청별로 내년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편성하거나 전액 미편성하면서 유치원 입학 경쟁률은 상승하는 반면 어린이집은 원아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입학 대상자의 나이가 만 3∼5세로 동일해 어린이집 원아들이 누리과정 예산이 지원되는 유치원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각 교육청이 편성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광주 2개월분 120억원, 인천 3.5개월분 459억원, 부산 4.8개월분 391억원, 울산 5개월분 186억원, 전남 5개월분 450억원, 대전 6개월분 295억원 등이다. 경기·전북·강원도 등 3곳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거나 보내려던 학부모들의 시선이 유치원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원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립유치원의 입학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경북 경산의 한 공립 유치원 4세반은 최근 11명 모집에 90명이 몰렸다. 포항의 공립 단설유치원의 경우 3∼5세 아동 5개반 신입생 110명 모집에 250여명이 지원했고, 17명을 모집하는 3세반은 95명이 원서를 냈다.

충북 청주의 한 유치원은 3세반 34명 모집에 109명이 몰렸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20여명 가량 늘어난 것이다. 5세 자녀를 둔 한경숙(39·여·충북 청주)씨는 “어린이집 예산 지원이 중단될 것으로 보여 유치원에 지원했다”며 “그러나 입학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이미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우선 입학 자격을 줘 입학이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반면 어린이집은 생존 경쟁에 내몰렸다.

경남 창원의 한 사설 어린이집은 최근 내년도 신입원생 20명을 모두 채웠으나 이 가운데 5명이 유치원으로 빠져나갔다. 어린이집 원장 김모(51·여)씨는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존의 어린이집 원생이 유치원으로 빠져나가거나 신입생 모집이 안 돼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형묵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사무국장은 “예산을 두고 정부와 교육청이 다투는 형국인데 사실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학부모들에게 ‘국가사업이어서 어떤 방법으로든 예산이 편성될 것’이라고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강원도에서는 어린이집들이 집단 반발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강원도 어린이집연합회는 지난 11일 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하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지원이 중단되면 집단 휴원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전국종합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