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세 모녀 3법’ 암초는 ‘돈’이었다

입력 2014-11-13 02:55
지난 10일 밤 국회에서는 2시간 가까이 격론이 벌어졌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법) 등 ‘세 모녀 3법’ 제·개정안이 6개월여 만에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테이블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이 소위만 무사히 넘기면 올해 안에 기초법 개정안이 통과될 거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결론은 ‘17일 재논의’였고 이유는 ‘돈’이었다.

국민일보는 11∼12일 복지위 법안소위 의원 10명 중 8명의 의견을 들어봤다. 회의에서 오간 내용과 의원들 개인 견해 모두 예산 문제로 이야기가 좁혀진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예산 논란 때문에 ‘부양의무자 기준’ 범위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먼저 정부가 추가 예산 ‘2000억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법안소위에 참석한 장옥주 복지부 차관은 “2000억원 정도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로 2000억원이 확보되면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떨어진 1만6000명을 구제할 수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안 된 상황이라 실제 예산 편성은 어려울 수도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개정안에는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올려 약 12만명을 구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행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은 최저생계비의 130%(올해 4인 가구 기준 212만원) 초과인데 이를 185%(302만원)로 올렸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9100억원 정도다.

야당은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정부와 새누리당 안으로는 송파 세 모녀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양의무자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한 빈곤층은 117만명(2012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13만6000명이 사회안전망 안에 들어오더라도 사각지대의 12%정도밖에 해소가 안 된다.

야당에서는 적어도 ‘4000억원’을 더 확보해 부양의무자 때문에 사각지대로 내몰린 빈곤층을 더 많이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민단체 주장대로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야당이 4000억원을 얘기하는데 정말 어려운 사람들 제대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 아니냐”며 “무상복지 때문에 재원 들어갈 곳이 많아 어려운 상황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빈곤층을 아우르다보면 부득이하게 탈락하는 사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슬아슬하게 커트라인에 놓인 이들에 대한 고민은 논외였다. 이렇게 논점이 ‘예산 확보’에만 치우친 데 대한 불만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정부가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 방안에 대해서만 가져왔다”며 “장애인과 노인이 부양의무자가 되는 상황을 개선하는 것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수정 박세환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