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가 11일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14년 프로야구는 삼성의 독주와 넥센 히어로즈를 필두로 한 신흥 강호의 급부상이 이뤄진 한 해였다. 반대로 전통의 명문 구단들은 몰락의 길을 걸으며 시절을 한탄하는 신세로 내몰렸다.
◇새 역사 쓴 삼성과 넥센, NC=정규리그 1위 팀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넥센을 4승2패로 꺾고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전인미답의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완벽한 신구조화로 류중일 감독이 부임한 2011년 이후 무적을 자랑하며 과거 해태 타이거즈와 현대 유니콘스, SK 와이번스를 넘어선 ‘왕조’를 활짝 열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아쉽게 패했지만 넥센은 신흥 강호로 우뚝 섰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은 매년 하위권을 전전했지만 지난해 정규리그 3위로 구단 창단 첫 가을무대에 입성하는 기쁨을 누렸다. 올해 넥센은 팀 홈런 1위(199개)의 막강 화력을 앞세워 시즌 내내 삼성과 양강 체제를 이뤘고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오른 2위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결국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군에 입성한 막내구단 NC 다이노스도 새 역사를 썼다. NC는 김경문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파이팅으로 정규리그 3위에 올라 한국 프로야구 역대 신생팀 최단기간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을 세웠다.
◇전통의 명문 두산·롯데·KIA·SK는 몰락=반면 한국 프로야구가 시작한 1982년부터 리그를 이끌어 온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는 신흥 세력에 밀려 참담한 한 해를 보냈다.
1982년 원년 우승팀이자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두산은 2011년 이후 3년 만에 가을 무대에서 탈락했다.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을 포함해 10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는 2012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KIA는 시즌 막판 한화 이글스와 최하위 경쟁을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2008∼2012년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4위권 밖으로 밀리며 팬들의 원성을 샀다. 롯데가 한때 제2구장으로 사용한 마산구장에 자리 잡은 ‘동생’ NC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롯데의 성적은 더 초라해 보였다.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났던 SK 와이번스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한화는 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다 결국 3년 연속 최하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령탑 3분의 2가 교체… 사상 유례없던 ‘감독 잔혹사’=올 시즌은 프로야구 감독의 수난시대였다. 1년 동안 유니폼을 벗은 감독이 무려 6명이나 됐다. 프로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한 팀의 사령탑은 ‘파리 목숨’이 됐다.
시작은 LG 트윈스였다. LG 김기태 감독은 팀 성적이 꼴찌까지 떨어진 지난 4월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감독 수난사는 한동안 잠잠했지만 정규리그가 끝나자 봇물이 터졌다. 지난달 17일 정규리그 최종전이 끝난 날 롯데 김시진 감독이 물러난 데 이어 보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5개 팀 사령탑 전원이 재계약을 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물러났다. 가을야구에 탈락한 팀 감독 전원이 옷을 벗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시즌 처음 지휘봉을 잡은 두산 송일수 감독은 계약기간이 3년이었지만 불과 1년 만에 중도하차했다. SK 이만수 감독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야인이 됐고, KIA 선동열 감독은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팬들의 항의로 재계약 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사퇴하는 아픔을 맛봤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한화 김응용 감독도 팀 성적에 책임을 지고 짐을 쌌다. 롯데는 감독 사퇴에 이어 구단의 선수 CCTV 사찰 파문으로 대표이사와 단장이 모두 물러나는 파동을 겪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5개 팀은 새 감독을 재빨리 영입하며 올 시즌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2014 프로야구 결산] ‘별 넷’ 단 사자, 훌쩍 큰 영웅
입력 2014-11-13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