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쪽지·카톡예산’ 근절 선언하자 상임위에 ‘민원’ 쇄도

입력 2014-11-13 02:50
매년 여의도 예산안 심사 시즌이 도래하는 이맘때쯤이면 ‘쪽지예산’ 논란이 불거져왔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른 모습이 엿보인다. 여야가 서로 쪽지예산 근절을 선언하자, 국회의원들이 새로운 형태의 지역구 예산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카카오톡을 통해 끼워 넣는다는 의미에서 ‘카톡예산’이라고도 불리는 쪽지예산은 소관 상임위 심사를 생략한 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에게 해당 의원이 직접 예산증액을 요청하는 일종의 ‘민원’이다. 그런데 예결위는 올해 “상임위 심사를 통과한 예산안만 심사하겠다”고 아예 카톡·쪽지예산의 통로를 막아버렸다.

그러자 의원들은 국토교통위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같은 ‘인기’ 상임위로 몰려들고 있다. 지역구 예산을 챙기기 위해서다.

이들 상임위에는 최근 타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질의 요청이 쇄도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국토위 소속인 한 의원 보좌관은 12일 “특히 다른 상임위 의원들의 민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정작 민원을 받은 국토위 소속 의원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서면질의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예결위로 예산을 올리려면 상임위 심사 때 구두 또는 서면으로 질의했다는 근거를 남겨야 한다. 결국 의원들이 예결위가 아닌 지역구 예산 관련 상임위에다 ‘예산 민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농해수위 소속 의원 보좌관은 “받아보면 내용도 잘 모르는 예산안인데 그걸 우리가 다 서면질의서로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가 이 정도인데 상임위 위원장이나 간사는 훨씬 더 힘들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시도를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수는 없다. 정해진 절차를 지키고, 상임위·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두 차례나 ‘필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형태의 쪽지예산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엄청난 서면질의 내용을 해당 상임위가 제대로 심사할 수나 있겠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예결위 관계자는 “상임위를 거쳐 올라온 사안 가운데 실제심사 때 반영되는 건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최승욱 권지혜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