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시리즈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지급불능 사태를 걱정하게 됐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이미 파탄 지경이고, 기초연금과 반값 등록금에 대해서도 비상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뜨고 방치한 청와대와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퍼주기 공약’을 남발한 결과 2년 만에 복지재정이 누란지위에 처한 것이다. 현 상황으로는 무상복지 설계도를 다시 그리거나 증세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데다 정치권의 충분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단기간에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12일 여야 정책위의장과 국회 기획재정위, 보건복지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간사들로 구성된 ‘4+4 협의체’ 운영을 제안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지급불능 사태에 빠진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대책을 당장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불거진 이후 ‘무상보육만 합법’이라며 무상급식을 등한시하는 청와대와 무턱대고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는 새정치연합 모두 꼴불견이긴 마찬가지다. 국정에 차질이 생기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수립해야 할 텐데 우리 정치권은 정쟁에 열부터 올리는 못된 습성이 있다.
‘4+4 협의체’ 운영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 상임위별로 진행 중인 예산 심의에서 무상급식 및 무상보육 위기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새정치연합은 무상급식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무상보육에 관심이 더 큰 상황에서 여야와 해당 상임위가 우선순위 싸움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치 여건이나 여론에 비춰볼 때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둘 다 최소한 내년까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야 정책위의장과 국회 상임위 간사들이 힘을 모아 이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새누리당은 협의체 운영이 자칫 정쟁으로 흘러 전체 상임위별 예산 심의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위한 예산 책정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에서 국회 차원의 대책 수립은 불가피하다. 특히 지자체와 교육청의 예산 책정이 지역별로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수수방관할 경우 큰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국회가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을 선도한다는 자세로 협의체를 생산적으로 운영해보기 바란다. 협의체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위 간부를 참석시킬 필요도 있겠다. 어쨌든 무상급식 및 무상보육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전시성·선심성 예산을 과감히 도려내는 수밖에 없다. 특히 해마다 반복되는 5000억원 이상의 ‘쪽지 예산’은 이번에야말로 근절돼야 한다. 그것은 국민 세금을 도둑질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사설] 여야 ‘4+4 협의체’ 통해 무상복지 비상대책 마련을
입력 2014-11-13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