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생활보장제 부양의무자 기준 더 완화하라

입력 2014-11-13 02:30
절대빈곤층의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송파 세 모녀’처럼 벼랑 끝에 몰린 이들한테 정부 지원이 이뤄지려면 현실에 맞지 않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재정 형편상 이런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맞서 있다. 여야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열어 기초생활보장법(기초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2000년 도입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월 소득인정액(가구의 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계층에게 생계비와 의료비, 교육비, 주거비, 해산·장례 보조비, 재활비용 등 7가지 급여를 한꺼번에 지원한다. 빈곤계층이라도 이런 국가 지원을 받으려면 자신을 돌볼 만한 경제적 능력이 있는 부모·자녀·사위·며느리 등 직계가족(부양의무자)이 있으면 그 가족과 사실상 관계가 끊겨 전혀 부양받을 수 없는 처지라도 기초수급자가 될 수 없다. 현행 기초법상 부양의무자 기준은 소득과 재산을 합쳐 최저생계비의 130%(2014년 기준 212만원)만 넘으면 해당된다. 이에 따라 2010년의 경우 전체 빈곤계층 272만명 가운데 117만명이 기초수급 사각지대에 있었다.

상정된 기초법 정부 개정안에는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을 최저생계비의 185%(302만원)로 높이는(완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경우 12만명이 새로 기초생활 보호대상자로 인정된다.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은 연간 9100억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을 최저생계비의 240%(391만원)까지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 개정안에 비해 1만6000명이 추가로 수급 혜택을 얻는다. 정부 개정안 수준의 소득 기준 완화로는 ‘송파 세 모녀’ 방지법이라는 생색도 못 낼 지경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재정 형편이 허용하는 한도 안에서 최대한 완화함으로써 빈곤층이 생계를 꾸리지 못해 억울하게 죽는 일을 미리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