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잘 떠나는 것… 사랑이 답이다

입력 2014-11-14 02:27
한 성도가 해피엔딩 노트를 활용해 자신의 장례식을 설계해보는 ‘영혼의 일기’를 쓰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이런 체험을 통해 죽음을 ‘천국 소풍가는 날’로 받아들인다. 하이패밀리 제공
지난 9월 광주광역시 북구 경신교회에서 열린 ‘웰리이빙 스쿨 지도자 과정’ 참석자들(사진 왼쪽)이 송길원 목사(오른쪽)의 강의를 듣고 있다. 하이패밀리 제공
“일기에도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태아일기, 육아일기, 영농일기, 생활일기…. 우리는 ‘영혼의 일기’를 써야 합니다. 쓸 줄 모른다고요? 작가 황석영씨가 글 쓰는 방법을 잘 가르쳐주었습니다. 따라 해보세요.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

지난 10, 11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웰리이빙(Well-Liiving) 스쿨 지도자 과정’에 참석한 목회자, 호스피스 봉사자들이 ‘숙연함’을 깨고 웃음꽃을 피웠다. 웰리이빙 스쿨이 ‘죽음’에 대한 인식 전환과 삶의 의미를 살리는 생명교육이다 보니 현장 분위기는 다소 무거울 줄 알았다. 하지만 주강사인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는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떠날 것처럼 사랑하라”고 권면하며 그는 죽음 너머의 멋진 삶을 위한 인생 설계를 전했다. ‘죽음조차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참석자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하이패밀리는 올 초 국민일보와 공동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관한 임종영성 세미나를 개최한 이래 전국의 교회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16차례 웰리이빙 스쿨을 이어갔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캠퍼스로까지 확산됐다. 연세대 총신대 고신대에서 ‘죽음이 삶에 말을 걸다’를 주제로 인문학 강좌도 열었다.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지 송 목사에게 들었다.

-왜 ‘웰리이빙’인가.

“잘 살고(Well-living) 잘 떠나는(Well-leaving) 것에 인생의 답이 있다. 시집살이 처가살이 살림살이 하듯 ‘죽살이’란 죽음과 삶을 한 묶음으로 보았던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말이다. ‘끄트머리’란 단어도 끝이 아니다. 끝에서 새로운 시작, 머리를 말한다. 그래서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송 목사는 기독교만큼 죽음에 대해 확실한 답을 갖고 있는 종교는 없다고 단언했다. “불교가 템플스테이로, 가톨릭이 피정 프로그램으로 포교에 나서고 있다면 기독교는 그 이상의 것인 ‘소울 캠프(Soul Camp)’를 열어야 한다”며 “그중 제일 확실한 주제가 죽음 문제를 극복하고 생을 아름답게 마무리짓도록 도와주는 종(終)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자세로 ‘종’의 문제를 대해야 할까.

“사랑이 답이다. 사랑은 우리의 본분이고 명령이다. 사랑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세족식에 대해 많은 학자나 설교가들은 주님의 겸손, 섬김을 이야기한다. 그건 표피적인 주제다. 핵심은 사랑이다. 주님은 분명하게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 13:34∼35)고 말씀하셨다. 쉽게 말해 내 생애 마지막으로 선한 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해외 선교사 후원,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 돕기, 아프리카에 모기장 보내기 등. 또한 조의금 일부를 이웃에게 내놓는 것이다. 이 땅에 남은 자를 배려하는 죽음이 필요하다.”

송 목사는 구체적으로 각자의 장례식을 미리 설계해볼 것을 권면했다. 묘비명을 적어보고, 영혼의 일기를 쓰는 것이다. 웰리이빙 스쿨 교재로 만들어진 ‘해피엔딩 노트’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 노트 뒷면에는 종이거울이 붙어 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Memento Mori’를 새겨넣어 자신의 영정사진을 보는 효과가 있다. 유산기부 서약도 그리스도인에겐 아름다운 ‘종’의 모습이다.

송 목사는 “묘비명을 쓸 때 내가 고백할 성구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며 “평생 어떤 말씀을 붙잡고 살았는가는 우리 각자의 신앙고백이 될 수 있고, 훗날 내 자녀들에게 빛이 된다”고 조언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