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지속가능한 건강시스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건강시스템과 산업시스템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된 바 있다. 그동안 건강과 산업은 상호 연계보다는 대립되는 측면으로 이해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건강과 산업을 둘러싼 최근의 변화는 상생을 통한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경제는 건강이라는 요소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이른바 건강 기반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전자통신 기업들이 건강 관련 웨어러블 제품을 앞 다투어 출시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에서도 건강이라는 영역을 중요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의료산업도 질병 치료 중심에서 건강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건강관리, 항노화, 힐링 및 명상, 뷰티 산업 등의 성장으로 의료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전통적 개념의 의료산업은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이렇듯 기존 산업에서의 건강 관련성 확대, 의료산업의 영역 확장이라는 추세는 가속화되어 경제발전에 있어서 건강이라는 요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의 건강시스템과 산업시스템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치료 중심의 현재 의료산업으로는 이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에 있어서도 기술개발은 주로 의료비를 상승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비용 통제 및 규제를 강화하게 되고, 이로 인해 새로운 혁신이 벽에 부딪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지난 10여년간을 이어온 의료 영리화 논란 또한 건강시스템과 산업시스템이 얼마나 대립적인 상황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건강과 경제는 밀접히 연결된 영역이다. 건강의 경제효과가 미국의 경우 매년 2조6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추계가 있고, 반대로 산업발전에 따른 항암제, 백신과 같은 기술혁신이 건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건강시스템과 산업시스템이 물과 기름과 같은 관계여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생을 통해 지속 발전하는 모델로서 ‘건강경제’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건강경제는 건강시스템이나 의료산업 차원의 부분 전략이 아니라 곧 다가올 건강 기반 경제시대에 대비한 국가경제 차원의 전략이라는 의미에서 ‘경제’라는 단어가 포함된다. 지식, 바이오, 창의성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하는 지식경제, 바이오경제, 창조경제 개념이 등장했듯이 건강이라는 요소를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하는 것이 건강경제이다. 건강경제는 건강이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산업발전이 건강에 기여하는 미래 사회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경제는 소모적 의료시스템을 IT와 미래기술, 적정기술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으로 전환하여 고령화 및 급증하는 의료비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래형 의료시스템은 국민들의 자발적 건강관리 예방을 촉진시키고, 질병에 대한 조기 진단 및 개입으로 국민건강 수준 향상과 의료비 효율화에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새로운 건강산업 기회를 포착하고, 세계시장으로 확산해 성장동력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 향상과 산업의 선순환적 시스템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건강경제는 국민행복과 경제부흥을 잇는 중심축으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보건의료를 넘어서 국민건강 전반에 대한 관점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건강과 경제가 결합된 국가 차원의 청사진이 제대로 수립된 적이 없음을 감안할 때 지금 건강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건강경제 및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국가 차원의 비전과 추진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상원 보건산업진흥원 건강경제정책실장
[기고-이상원] ‘건강경제’는 창조경제의 원천
입력 2014-11-13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