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史 다시 쓴 ‘삼성왕조’… 한국시리즈·정규리그 사상 첫 통합 4연패

입력 2014-11-12 04:21
나바로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전인미답의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삼성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11대 1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2패를 기록한 삼성은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삼성은 특히 국내 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4년 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앞서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KIA 타이거즈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지만, 당시 해태가 정규리그에서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1988년뿐이었다. 또 삼성이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시리즈는 2002년부터 13시즌 연속 정규리그 1위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전통을 이어갔다.

삼성은 이날 초반부터 넥센 마운드를 두들기며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삼성은 3회초 선두타자 이지영이 우전안타로 나간 뒤 상대 실책과 볼넷을 묶어 1사 만루를 만들었다. 채태인이 우전 적시타로 2점을 낸 데 이어 최형우가 바뀐 넥센 투수 문성현을 상대로 2루타를 때려 2점을 더 뽑아 4-0으로 앞서 나갔다.

삼성은 4회말 1점을 빼앗겼지만 6회초 야마이코 나바로(사진)가 스리런포를 작렬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통합 4연패 축포를 쏜 나바로는 기자단 투표에서 73표 중 32표를 얻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나바로는 이번 시리즈에서 24타수 8안타로 타율 0.333, 4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삼성 공격을 주도했다. 외국인 선수가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된 것은 2000년 톰 퀸란(현대 유니콘스)과 2001년 타이론 우즈(두산 베어스)에 이어 세 번째다.

마운드에선 선발 윤성환이 빛났다. 윤성환은 경기 중 오른손 엄지손톱이 깨지는 악재 속에서도 6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윤성환은 6차전 MVP가 됐다.

반면 2008년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넥센은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눈물을 흘렸다. 넥센은 1차전을 승리하며 기선을 잡았지만 3차전과 5차전에서 야수들의 잇단 실책으로 다 잡은 경기를 내준 게 뼈아팠다. 또 팀의 간판 강정호와 박병호가 각각 타율 0.05(20타수 1안타)와 0.143(21타수 3안타)으로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던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넥센은 2년 연속 가을잔치에 진출하며 신흥 강호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눈시울을 붉힌 채 “우승을 하지 못해 아쉽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들이 잘 견뎌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즈는 패했지만 얻은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더 단단해지는 넥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