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드라마 또 다른 ‘영웅’ 넥센 명문팀 도약… ‘내일의 희망’ 봤다

입력 2014-11-12 04:09

넥센 히어로즈가 11일 결국 경험의 한계에 부딪히며 창단 첫 우승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 가을무대에 등장한 넥센은 올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며 국내 프로야구의 신흥 강호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넥센으로는 아쉽기 짝이 없는 한국시리즈였다. 6차전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한국시리즈에서 다 이긴 경기를 2번이나 내줬기 때문이다. 넥센은 3차전과 5차전 모두 1-0으로 리드하다가 경기 막판에 실책을 범해 역전패를 당했다. 선수층이 두터운 삼성과 비교해 한참이나 부족한 선수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했지만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은 결정적인 순간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뼈아픈 경험은 앞으로 넥센의 더 큰 성장에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2008년 창단된 넥센은 국내 프로야구에선 처음이자 유일하게 모기업 없이 순수하게 야구를 통해 독자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구단이다. 지금도 선수 평균 연봉(2014년)이 삼성의 1억4050만원의 3분의 2 수준인 9883만원에 불과하다. 초기 재정난이 심각해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시켜 운영비를 확보해야 했다. 당시 야구팬들은 선수 장사를 한다며 이장석 사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넥센이 메인 스폰서로 등장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시행착오를 극복한 넥센은 젊은 선수의 육성을 통해 꾸준한 세대교체를 이루며 성장의 기틀을 잡아 나갔다.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김민성 한현희 조상우 등은 리그 정상이 됐다.

여기에 지난해 부임한 염경엽 감독은 잠재력은 풍부하지만 끈끈함이 부족했던 넥센의 팀 색깔을 바꾸며 부임 첫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지략가인 염 감독은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토종 선발 자원이 없어 애를 먹으면서도 막강한 타력과 적절한 투수 교체 등을 이용해 팀을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았다. 특히 넥센은 이번 시즌 투타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MVP 후보 5명 가운데 4명이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 단단해질 넥센의 2015년이 기대된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