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맑고 파도가 잔잔했다. 선장은 승객이 선내에 갇히기 전에 퇴선명령을 내렸어야 했다.”
“적절한 구호조치가 시작됐다면 피해자들이 약 20분 동안 세월호를 탈출할 수 있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11일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하던 당시 승객들에게 선내 대기를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준석(68) 선장 등 승무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을 외부 갑판으로 유도하거나 구명뗏목을 작동했다면 사망자들이 모두 구출돼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승무원들은 퇴선명령을 너무 일찍 내리면 저체온증으로 목숨이 위험하거나 실종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경과 어선 등 구조세력이 단시간 내 세월호에 도달하리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는 사고해역의 수온(12.6도)과 조류(0.2∼1.9노트)도 명시됐다. 특수한 보호복을 착용하지 않아도 최대 6시간은 생존이 가능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승무원들은 “승객이 한꺼번에 좁은 공간에 모이면 혼란과 부상 가능성이 있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재판부는 “3층의 경우 선체의 좌현 쪽 전체가 갑판이고, 4층도 갑판 길이가 약 40m”라며 대피 공간이 협소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조타실에서 이동하기 어려워 구호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일부 승무원 주장에 대해서는 “이동을 불가능하다고 인식했다기보다는 자신에게 발생할 위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설인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탈출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둘러싼 논박도 이어졌다. 세월호가 52.2도 기운 상태를 가정해 가천대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가 추산한 탈출 소요시간은 9분28초다. 승무원들은 “실제 상황과 달라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되레 “피고인들의 유기행위가 없었다면 승객들은 세월호가 덜 기울어진 상태에서 더 쉽게 객실을 빠져나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단원고 학생들의 경우 서로 적극적으로 탈출을 도와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세월호 선원 선고] 승무원 “조기 퇴선땐 저체온증 불러” 재판부 “보호복 없이도 6시간 생존”
입력 2014-11-12 0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