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의 굳건한 한·미 관계를 재확인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미·중·일·러 4개 주요국 정상과도 모두 만났다. 최근 동북아 외교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의 만남인 만큼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됐던 ‘외교적 고립’ 시선도 일단은 피하게 됐다.
◇북한 비핵화·글로벌 이슈 중점 논의=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업무오찬을 마친 뒤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했다. 두 정상은 우선 북핵 문제와 관련,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가 중요하고 한·미 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에 억류됐던 케네스 배 등 미국인 2명 석방 이후의 북한 관련 정세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석방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근본적인 대북정책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박 대통령에게 한·미·일 3국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의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열린 3국 정상회담처럼 효율적인 대북공조를 위해서라도 3각 안보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글로벌 이슈도 주요 의제였다. 박 대통령은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하는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 등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보건인력 지원에 사의를 표했다. 이번 회담에선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긴 조율 끝에 성사, 배석자 없는 짧은 회담=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과거 세 차례 회담(한·미·일 정상회담 포함)과 비교해 볼 때 형식이나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두 정상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유익한 협의를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지만, 회담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배석자 없이 20분간 짧게 진행됐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배석하지 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시작 직전까지도 시간이 확정되지 않아 양국 정부 간 조율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한·미 양국은 앞서 정상회담 개최 시간을 APEC 회의 업무오찬 직후 또는 정상회의 세션2 종료 직후로 할지를 놓고 오전까지 협의를 계속했다. 다자정상회의 일정상 양자회담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해도 보기 드문 행보다.
◇미·중·일·러 정상 모두 만난 박 대통령=APEC 정상회의 2세션이 끝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찾아왔다. 예정에 없던 만남이었다. 민 대변인은 “두 정상이 짧은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회동하면서 APEC 정상회의 기간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까지 4개 주요국 정상을 모두 만나게 됐다.
베이징=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APEC 정상회의] 북핵 문제, 국제사회 일치된 목소리 중요성 강조
입력 2014-11-12 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