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비공식 만찬회동에 이어 12일 공식 정상회담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랜드 리조트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 공식 만남이다. 당시 서니랜드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노타이 차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두 강대국이 대립을 넘어 협력의 시대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였다. 하지만 18개월 사이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은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 주석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밀어붙여 APEC 회원국 정상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FTAAP 로드맵의 공동선언문 채택 사실을 발표하며 “지역 경제 일체화에 대한 믿음과 결심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역사책에 기록될 만한 결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공동선언문은 개최국 중국이 주장했던 반부패 협력과 ‘상호연결·상호소통’ 청사진도 채택했다.
중국의 공세에 미국은 다소 수세적인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방문 첫날인 10일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TPP에 참여하는 12개 회원국 정상들을 모아 “최근 수개월 동안 큰 진전이 있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최종합의 시한을 정하지 못했다.
APEC 참가국 기업 경영자 모임 강연에서는 사이버 해킹과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미·중 정상회담의 의제화를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서 사이버 공격을 통해 기업 기밀을 빼내는 것을 그만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또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는 “홍콩의 긴장 상태가 폭력으로 악화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해 홍콩 문제도 12일 제기할 개연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홍콩 시위 사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khmaeng@kmib.co.kr
[APEC 정상회의] 美 아랑곳 않고… 안방서 목소리 키우는 中
입력 2014-11-12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