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세서리를 바꾸고 화장발을 바꾸는 정도에 불과하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내놓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안(案)에 대한 반발이 쏟아졌다. 9개의 혁신 과제들은 의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추인이 유보됐다. “혁신위를 혁신해야 한다”거나 “백화점식의 인기영합형 위원회”라는 말까지 나왔다.
◇“국민들을 위한 일회용 쇼…혁신위 아니라 기득권박탈위원회”=김문수 혁신위원장이 보고한 혁신안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내년도 세비 동결 및 무회의·불출석 시 무세비 적용 등으로 요약된다.
의견 수렴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선 날선 비판이 그대로 표출됐다. 김성태 의원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권력 구조와 수평적인 당청 관계 등에 대한 해답을 전혀 찾을 수 없다”면서 “혁신위 안을 재고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김 의원은 이어 “보수 혁신의 진정한 가치는 하나도 담지 못한, 백화점식의 인기영합형 위원회”라며 “혁신위를 혁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을 위한 일회용 쇼에 불과하다. 혁신위가 아니라 기득권 박탈위원회”라고도 했다.
박민식 의원도 “금지, 박탈, 축소에 초점을 맞춘 포퓰리즘적이고 현안에 급급한 성과물”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결과물만 놓고 보면 액세서리 바꾸고 화장발 바꾸는 정도”라면서 “좀 더 당의 근간을 고민하는 담론이 치열하게 전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출판기념회를 일절 금지하는 건 위헌이고 과잉입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파행·공전 시 세비 지급을 금지하는 내용에 대해선 “시간이 지나면 국회가 자동으로 열리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게 중요하지 세비 지급 금지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태흠 의원은 “회의 참석 안 했다고 세비를 삭감한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따졌고, 김진태 의원은 “손발을 자르는 게 혁신이냐”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정당, 정치제도 개혁 등 보다 근본적인 의제를 다루기 위한 ‘몸 풀기’용 혁신과제조차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서 혁신위가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향후 다룰 의제들은 훨씬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여서 논의 자체가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의원들이 겉으로는 보수 혁신에 부합하는 처절한 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두 시간 남짓 이어진 의총에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10명이 채 안 됐다. 한 혁신위원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의총이었다”고 허탈해했다.
◇김문수 “혁신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김 위원장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은 원래 아픈 것이다, 힘든 것이다’ 하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혁신은 의원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아니라 의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라고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디자인연구소가 주최한 ‘보수 대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정당 운영방식에 대한 소신을 거듭 밝혔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지금은 당이 개인의 팬클럽 비슷하게 사당화돼 있다”면서 “앞으로는 대통령에 출마할 사람은 주요 당직을 맡아선 안 되고 국회의원을 할 사람도 당협위원장을 맡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1인에게 집중돼 있는 당 구조를 많은 국민이 동참하는 당 조직으로 바꾸도록 제도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는 혁신위 활동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문무합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위가 당내 반발에 밀려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할 경우 두 사람 모두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與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 의총서 역풍… “화장발 바꾼 것에 불과” 거센 반발
입력 2014-11-12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