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해병캠프 사고, 경주 리조트 붕괴, 세월호 참사…. 교육부는 학생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책을 내놨지만 사고는 보란 듯이 계속됐다. 이번에는 학생 수영교육 등 체험형 안전교육 강화를 골자로 ‘교육분야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11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대책에는 학생 교육·훈련부터 교원 양성·연수, 시설물 안전 등이 망라됐다. 하지만 여전히 ‘백화점식’ 대책 나열이며 내실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수영교육=“○○초등학교 3학년 김○○양은 2015년 3월부터 학교 근처 종합체육관에서 무료로 수영 안전교육을 받는다. 어릴 때 잠깐 수영을 배운 적이 있지만 물에 빠졌을 때 나오는 법, 친구를 구하는 법을 배운 적은 없었다.”(중략)
교육부는 이날 안전대책을 발표하며 이런 가상 사례를 제시했다. 김양 같은 학생을 위해 내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수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되는 수영교육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1·2학년은 너무 작고, 고학년은 학습부담에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영교육에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필요하다. 전국 초등학생 3학년은 4만2000명(올 9월 현재)이 넘는다. 이들을 수용할 수영장과 가르칠 교사는 필수다. 대도시권에서는 가능하겠지만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은 쉽지 않다. 수영장이 학교 인근에 없으면 수영수업 1시간을 위해 1∼2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또 수영교육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쪼개 받게 되는데 이 정도 교육만으로 아이들이 자신을 지킬 정도로 물에 익숙해질지 의문이다.
◇교원을 안전 전문가로=교육대와 사범대 학생들은 2회 이상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된다. 체육·보건 교과 등 학생들에게 직접 안전교육을 하는 교원은 기존 전공과목에 안전관련 내용을 포함하거나 별도의 안전과목을 설치토록 했다. 또 교원 임용·승진 때 ‘학교안전지도사’ 자격을 취득한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국 교대 10곳 중 안전교육과정이 마련된 건 2곳에 불과할 정도로 현장에서는 준비가 부족하다. 안전교육과정이 마련된 교대 2곳도 ‘학교 보건’ 등 이론 위주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실기 위주로 가르칠 교수 인력과 예산 확보 없이는 현장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특히 학교안전지도사 자격증에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조치는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2012년 학교폭력 대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학교폭력 유공 가산점처럼 혼란만 가중되고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유공 가산점이 도입됐을 당시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선도하기보다 실적 위주로 상담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시설 안전 등=예산 확보가 관건으로 보인다. 무상보육(누리과정)과 무상급식 등으로 만성적인 예산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교육 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 먼저 전체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해빙기, 여름철, 동절기 등 세 차례 안전점검을 하도록 했다. 학교 미닫이문에는 손 끼임 방지 장치, 유리창에는 보호 필름을 부착하기로 했다.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되면 1년 안에 구조 보강을 하고 2년 안에 증개축 등을 통해 위험 요소를 없애도록 했다. 4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은 정밀점검 후 투자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대학의 연구실·실험실 등도 안전관리 실태를 평가하고 이를 정부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한다.
노후한 유치원·학교 놀이시설을 교체하는 내용은 이번 대책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교실에서보다 놀이시설에서 다치는 경우가 많다. 낡은 놀이시설은 ‘사용금지’ 스티커만 붙이고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또 교육부에 학생 안전정책을 총괄하는 전담 부서를 만들고, 시·도교육청에는 안전 전담부서를 두도록 했다.
이도경 박세환 기자 yido@kmib.co.kr
초등 3학년 수영 가르치고 미닫이문에 손 끼임 방지시설… 이렇게만 하면 아이들 더 안전해질까
입력 2014-11-12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