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 쌀시장 개방 등 농업분야 시장 개방을 앞두고 농업경쟁력 제고에 힘을 쓰겠다던 정부가 정작 내년도 예산에서는 관련 지출을 오히려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FTA 관련 피해 대책 예산을 추계할 때 기존에 해오던 일반 사업 예산까지 포함시켜 부풀리는 행위도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2015년도 농식품부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을 검토한 사전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농림수산식품 분야 총지출은 19조2924억원으로 2014년도 본예산 대비 3.0%가 증가했다. 이 중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도 3.4% 증가했다. 그러나 쌀시장 개방을 앞두고 농민들의 불안감 등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보다 1477%를 높여 잡은 쌀변동직불금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주요 사업들은 상당 부분 예산이 삭감됐다.
특히 예산 삭감률이 높은 사업 중 상당 부분이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개방에 대응하자면서 만든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농업 경쟁력 제고·농업에너지 이용 효율화 등을 위한 예산이 500억원(13.5%) 삭감됐고, 우리 농업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 온 농산물 가격안정·유통효율화 방안을 위한 예산도 전년보다 65억원(0.4%) 줄었다.
특히 한·유럽연합(EU) FTA 등으로 시장이 개방될 때 가장 경쟁력이 약하다고 지적돼온 축산업의 진흥을 위해 배정된 예산도 큰 폭으로 줄었다. 친환경 축산단지 조성사업은 45억원의 예산이 아예 사라졌고, 축산기술보급·축산업경쟁력제고·친환경축산 등을 위한 예산도 총 1628억원이 삭감됐다.
정부가 시장 개방 이슈가 터질 때마다 단골 메뉴로 제시했던 ‘농업경쟁력 제고’가 말뿐인 구호에 그친 셈이다.
국회 농해수위도 보고서에서 “각종 FTA와 쌀시장 개방 등으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농정예산의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실제 정부 재정정책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원인으로는 예산을 배정해 놓고도 제대로 못 쓰는 ‘불용예산’ 탓이 크다. 실제 최근 7년 동안 농식품부가 불용 처리한 예산은 8조원에 육박해 매년 1조원 이상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한-중 FTA 타결 이후] 말만 農心… 농업경쟁력 예산 ‘싹뚝’
입력 2014-11-12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