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색 종료된 날 안산 주민 위로한 성도들… 인천순복음교회, 창립 31주년 맞아 ‘주민 돕기’ 행사

입력 2014-11-12 03:18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오른쪽 두 번째)와 성도 일행이 11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 화랑로 라성종합재래시장 김치가게에서 총각김치와 배추김치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세월호 사고 실종자 수색작업을 끝낸다고 공식 발표한 11일 오전 인천순복음교회(최성규 목사) 교역자와 성도 1200여명은 경기도 안산 지역으로 향했다. 이들은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를 한 뒤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단원고 인근 상가, 합동분향소에서 가까운 자유시장, 안산 최초의 라성종합재래시장(라성시장) 등 3곳으로 흩어진 성도들은 저마다 지갑을 열어 장을 보고 밥을 먹고 군것질을 했다.

이날 행사 명칭은 ‘안산 시민과 함께 하는 행복나눔 장보기’. 인천순복음교회가 창립 31주년을 맞아 준비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경기 침체로 시름에 잠긴 안산 지역 상인들을 돕기 위해 교계가 시장을 찾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5월과 지난달 두 차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순복음 총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이 안산 장보기 방문을 했다.

최성규 목사는 “교회 창립기념 행사를 어떻게 준비할까 고심하다가 세월호 사고 유족과 안산 시민들을 위로하고 힘을 불어넣어 주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면서 “작은 힘이나마 안산 시민들이 희망을 얻고, 이런 활동이 널리 확산돼 화합의 대한민국을 이뤄가는 데 일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 무렵 단원구 화랑로 라성시장은 모처럼 인파로 북적였다. 주황색 조끼를 입은 교회 성도들은 삼삼오오 모여 점심 메뉴를 정해 식당과 분식집 등으로 향했다. 일부는 노점상에서 저녁 반찬으로 쓸 채소나 건어물을 사기도 했고, 상인들과 이야기꽃도 피웠다.

시금치와 청국장을 구입한 강권자(66) 권사는 “합동분향소에 헌화한 뒤 이곳 시장을 둘러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면서 “주민 분들이 아픔에 눌린 마음을 하루 빨리 털어내고 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치를 팔고 있는 정소예(69·여)씨는 최근 들어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하루 10봉지 남짓 팔리던 봉지 김치(5000원)를 교회 성도들이 20봉지나 사간 것. 정씨는 “대형 마트에 치이고 세월호에 치이다가 이런 날도 있구나”라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여의도순복음안산교회(김유민 목사) 성도 100여명은 이날 인천순복음교회 성도들을 위해 안산지역 시장 곳곳을 안내했다. 이 교회 허미화(54·여) 집사는 “지역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섬김은 많은 위로가 된다”면서 “많은 교회들이 동참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천순복음교회는 ‘행복나눔 장보기’ 행사에 이어 12일에는 진도군민을 돕기 위한 ‘행복쌀 나눔행사’를 연다. 진도에서 구입한 햅쌀(10㎏) 1400포(3000만원 상당)를 인천 지역 독거노인과 차상위 계층 주민, 소년소녀가장 등 1400명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인천순복음교회는 세월호 사고 이후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자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사고 직후 ‘실종자 무사생환을 위한 촛불기도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세월호 피해지원 성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

안산=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