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망원경에 GPS 추적까지… 진화하는 日 스토킹

입력 2014-11-12 02:58
일본 기후현에 사는 20대 여성 A씨에게 지난 2년은 ‘지옥’과 같았다. 그는 이 기간 이웃에 사는 30대 남성 B씨의 지속적인 스토킹에 시달렸다.

B씨는 A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이웃집에 이사 왔다. A씨는 열 살 가까이 많은 데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B씨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씨는 집을 나설 때마다 누군가의 ‘음흉한 시선’을 느꼈다. 처음에는 착각이겠거니 여겼지만 이웃 주민이 찾아와 A씨 어머니에게 “(이웃 남성이) 딸을 지켜보고 있다”고 일러주고 나서야 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B씨의 스토킹은 집요했다. 카메라와 망원경을 이용해 A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근처 그늘이나 주차장에서 집을 나서는 A씨를 지켜보거나 몰래 뒤를 밟았다. 참다못한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지난 2월 A씨 직장 주차장에 숨어있다 경찰관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이 압수한 B씨의 물품에는 A씨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메모리 카드 9장에는 A씨의 사생활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가득했다. A씨 집에서 나온 쓰레기에서 영수증을 찾아내 A씨가 구입한 물건들을 공책에 기록했다. A씨 차량에서는 B씨가 설치한 GPS 발신기까지 발견됐다. 스토킹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는 법정에서 “A씨를 좋아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A씨의 삶은 완전히 망가졌다. B씨를 피해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이사를 했고, 직장마저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데다 거듭된 이사와 이직으로 경제적 타격까지 입었다”며 “B씨가 평소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A씨처럼 면식이 없는 사람에게 스토킹 피해를 당한 건수는 2012년 1149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344건 증가했다. 전체 스토킹 피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8%로 0.3% 포인트 늘었다. 스토커에 의한 살인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 5일에도 가나가와현에서 스토킹에 시달리던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일본에서는 최근 스토킹 피해자 유족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스토커 대책 연구회’가 설립됐다. 스토킹 가해자가 비교적 가벼운 처벌만 받고 사회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아 스토커를 대상으로 한 ‘보호관찰소’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연구회는 오는 15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1년에 7회 정도 모임을 갖고 보고서를 작성해 교정 당국에 전달할 방침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