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허위 교육, 지원금만 ‘꿀꺽’… 직업훈련시설, 어린이집과 짜고 출석부 조작

입력 2014-11-12 02:46

서울 소재 A직업훈련시설은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악기실습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시설은 올해 초부터 대표가 보육교사들 대신 ‘훈련 이행’란에 서명을 해왔다. A시설과 계약을 맺은 어린이집 원장이 시설을 찾아와 교사들의 출석부를 일괄해 대리 서명하기도 했다. 아예 이중 출석부를 만들어 산업인력공단에 제출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 보조금을 빼돌리기 위해서였다.

부산의 B훈련시설에서는 대표가 자신의 아내를 강사로 거짓 등재해놓고 실제 강의는 실시하지도 않았다. 대구의 C훈련시설은 어린이집들에 교구·기자재 등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보육교사들의 명단을 받아 그대로 산업인력공단에 제출했다. 물론 직업훈련은 시키지도 않았다.

이처럼 보육교사가 거짓으로 직업능력 개발 훈련을 받은 것처럼 꾸며 6억원이 넘는 정부 보조금을 타낸 어린이집과 직업훈련시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달 13일부터 한 달간 전국 직업훈련시설 36곳을 조사한 결과 32곳 훈련시설이 596곳 어린이집과 짜고 정부 지원금 6억420억원을 챙긴 사실을 확인했다.

이미 퇴직한 보육교사 이름을 도용해 마치 직업훈련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민 어린이집도 있었다. 출석하지도 않은 보육교사의 이름을 버젓이 ‘모든 직업훈련을 받았다’며 출석부를 조작하거나 이중 출석부를 만드는 수법으로 보육교사 6338명의 지원금을 타낸 것이다.

조사 대상의 약 90%가 적발된 걸 보면 보육교사 직업훈련이 얼마나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직업능력개발훈련 제도는 어린이집 사업주가 보육교사를 직업훈련시설에 교육을 위탁하고 비용은 정부의 고용보험기금으로 1곳당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한다. 훈련시설과 어린이집은 이 점을 악용했다. 훈련시설은 교육을 시키지도 않은 채 교육비를 챙겼고, 어린이집은 훈련시설이 꾸민 허위 서류로 정부 지원금을 타냈다. 추진단은 이들 사이에 사례금 명목의 리베이트도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진단은 직접 부정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난 훈련시설 17곳과 어린이집 507곳에 대해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부정수급 지원금은 전부 환수하고 나머지 15곳의 훈련시설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아울러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해 출석확인 지문인식기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