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회의장에서도 냉랭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APEC 정상회의 본회의는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베이징 외곽에 있는 옌치후(雁栖湖) 국제회의센터에서 개막했다. 시 주석은 이날 국제회의센터 홀에서 개막시간에 맞춰 한 명씩 들어서는 회원국 정상을 악수로 반갑게 맞은 뒤 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가벼운 미소를 짓기도 하고 때로는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베 총리를 맞이하는 시 주석의 모습은 굳어 있었다. 아베 총리와 악수한 뒤 카메라를 향한 시 주석은 언뜻 미소를 지으려는 듯싶었지만 곧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아베 총리 뒤에 입장한 박근혜 대통령을 맞이할 때 시 주석의 표정은 이내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시 주석은 이날 밀월관계라는 평가가 나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 경쟁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활짝 웃는 모습으로 맞이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29일 APEC 관련 기자회견에서 중·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주최국으로서 “모든 손님에 대해 주인이 해야 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손님에 대해 결례에 가까울 정도로 아베 총리에게만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인들 사이에 반일(反日)감정이 팽배한 상황에서 외교적 전략의 일환이라는 얘기와 함께 시 주석의 개인적 성향에 따른 것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APEC 정상회의] 시진핑, 회원국 정상들 맞으며 미소 짓고 웃다가도… 아베 만나면 ‘굳은 표정’
입력 2014-11-12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