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김모씨는 지난달 6일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이었다. 검찰 직원이라고 소개한 범인은 보안 강화를 위해 검찰청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를 수정해야 한다며 주소를 불러줬다. 정보 유출 소식에 놀란 김씨는 범인이 일러준 대로 홈페이지에 뜬 팝업창에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까지 입력했다. 하지만 김씨가 접속한 홈페이지는 검찰 홈페이지를 그대로 본뜬 피싱 사이트였다. 범인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김씨 계좌에서 6542만원을 빼낸 뒤 종적을 감췄다.
인천에 사는 40대 남성 차모씨는 지난주 인터넷에서 A캐피탈 대부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범인은 캐피털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연 8% 저리로 최대 20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고 꼬드겼다. 범인은 처음에는 공탁금 70만원을 보내라고 하더니 얼마 되지 않아 심사비용 명목으로 250만원을 더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차씨가 원했던 대출 관련 소식은 오지 않았다. 되레 범인은 대출 관련 비용으로 3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고, 그제야 사기라는 걸 알아차린 차씨는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금융사기 피해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다양해진 탓에 피해액수는 늘고 있지만 피해구제율은 떨어지는 추세다. 개인정보를 빼내 돈을 가로채는 피싱 사기 피해는 30대·여성에서, 대출사기 피해는 40대·남성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피싱 피해신고 7만859건(2011년 10월∼2014년 6월)과 대출사기 피해신고 1만3915건(2012년 4월∼2014년 6월)을 분석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그 결과 피싱과 대출사기 모두 피해액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1인당 피싱 사기 피해액은 2012년 1120만원에서 올해 1552만원으로 증가했다. 남성의 경우 2012년 1148만원에서 지난해 971만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1055만원으로 다시 늘었다. 1인당 대출사기 피해액도 2012년(남성 326만원, 여성 316만원)보다 올해(남성 525만원, 여성 566만원) 크게 증가했다.
피싱 사기의 경우 30대가 1만9953건(28.2%)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특히 30대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김씨의 경우처럼 검찰 등 권력기관을 사칭한 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불안심리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출사기 피해자는 40대가 가장 많았다. 40대 피해건수는 1만8697건으로 전체의 32.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남성이 63.5%로 여성보다 많았다.
하지만 신종 금융사기에 대한 대처는 지지부진하다. 피싱 사기 피해금 환급률은 2012년 20.1%에서 올해 1∼8월 12.8%로 떨어졌다. 돈을 송금한 후 은행에 1시간 내 지급정지 요청을 한 비율은 21.5%에 불과했다. 금융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의미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5월부터 6개월간 사이버 금융범죄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여 1009건을 수사한 결과 1395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3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백상진 강창욱 기자 sharky@kmib.co.kr
검찰청 홈피에 비번 입력했다 떼이고 대부광고 믿고 공탁금 걸었다 날리고
입력 2014-11-12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