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책임성 걷어내고 세월호 이후를 다시 시작하자

입력 2014-11-12 02:15
세월호 실종자 수색이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4월 16일 참사가 일어난 지 209일 만이다. 이로써 7개월 가까이 온 대한민국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세월호 참사는 일단 국면을 달리하게 됐다. 이 지점에서 냉정하게 우리의 수준을 되돌아봐야 한다. 참사와 이후 상황은 우리 정치·사회·의식의 후진성을 낱낱이 드러내주었다. 우선 정치. 그 저급성은 돌이켜보기조차 낯부끄럽다. 정부의 총체적 무능은 더 이상 언급하기 민망하다. 여권은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까봐 냉정하고 책임 있게 대응하지 못했다. ‘제2의 촛불사태’ 방지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사건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했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답변은 여권의 수준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대통령의 언행도 가족들의 슬픔을 보듬어주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야당의 행태는 정략 그 자체다. 향후 정국에 유리하게 활용하겠다는 욕심만 불태운 것 같다. 일부 유족에게 질질 끌려다녔던 모습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정당인지, 무책임한 사이비 민간단체인지 모를 정도로 저급했다. 그러니 불미스러운 폭력사태도 생겼던 것이다.

사회는 합리적 이성보다는 감성에 휘둘렸다. 참사 자체가 너무 어이없어 우리 사회가 어떤 위로를 주더라도 가족들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마치 볼모잡힌 듯 한때 꼼짝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은 우리 사회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방증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부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가워졌던 것도 합리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과 표현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가 이중성을 띤 것이다. 그 대신 양쪽 극단의 목소리가 난무했다. 비이성적이고 일방적인 목소리는 결국 우리 사회를 저질로 몰아넣었다. 이 모두가 참사를 겪으면서 드러난 우리의 수준이었다.

지금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합리성을 제고시키며, 참사 원인인 무책임성을 걷어내고, 극단의 주장을 가려내는 현명함을 갖춰야 한다. 양 극단의 주장은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이념적 꾼들의 생존전략일 따름이다.

그래도 우리는 수색 종료를 받아들이는 실종자 가족들의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희망을 본다. 그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과 슬픔 속에서 내린 힘들고 고통스러운 결정’을 통해 ‘유일한 희망이자 영웅이었던 민간 잠수사들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했다. ‘170일 동안 500번 넘게 진도군청과 체육관, 팽목항을 오가며 가장 큰 힘이 돼준’ 법률대리인, 그리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참사 속에서도 깊은 믿음을 가지게 된’ 이주영 해수부 장관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세월호 참사의 생채기는 너무 컸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책임을 엄중하게 생각하는 데서 세월호 이후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그나마 세월호 희생자와 남아 있는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다시 한번 실종자 가족 그리고 다른 유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