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빗장 열렸다 (2)] 중국 ‘저가 전술’에 맞서 고부가·현지화로 승부

입력 2014-11-12 02:06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따라 13억 인구, 세계 2위의 거대 시장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중국 현지화 속도를 높이고 있고, 포스코 등은 차별화된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 소비재 중소기업들은 중국 내수시장 확보를 위한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지화에 사활=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들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세 차례 만났다. 그만큼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인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완공했고, 연말까지 인근에 낸드 플래시 후공정 라인을 완공한다. 시안 공장이 100% 가동하는 내년부터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연간 1800만대 규모로 미국(1500만대) 시장을 앞질렀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한·중 FTA 타결에 따라 현지 생산체제를 강화하고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략형 모델로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베이징에 연간 10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1∼3공장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 서부 지역 공략을 위해 충칭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4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기아차는 최근 30대 중반 중국인을 타깃으로 한 전략 세단인 K4를 출시했으며, 내년에는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시장에 내놓으며 중국 공략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LG전자 역시 스마트폰, 냉장고, 세탁기 등 주력 제품들의 중국 현지화에 힘을 쏟고 있다. LG그룹은 중국에 6개 계열사가 진출해 34개 생산법인을 운영 중이다.

◇부가가치를 높여라=포스코는 중국 철강업계의 저가 물량 공세에 맞서 솔루션 마케팅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도요타, 혼다, 닛산, 미국 GM,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와 중국 자동차 업체에 고급 자동차 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판로를 넓히기 위해 신제품 개발과 영업 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정유업계도 관세 철폐로 거둔 수익을 연구개발 기반 신사업에 투자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설비 고도화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소비재 기업들의 기대감=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수출은 1459억 달러이고, 이 중 밥솥 유아용품 등 소비재 수출은 77억 달러로 5.3%에 불과했다. 한·중 FTA 타결로 소비재 수출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하나씩 사가지고 간다는 한국산 전자밥솥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쿠쿠 전기밥솥은 국내 면세점에서만 2013년 2005만 달러(219억원)어치가 팔렸다. 2년 전에 비해 매출이 4배 이상 뛰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11일 “중국인들에게 한국 압력밥솥 밥맛이 소문나고 있는 단계”라며 “한·중 FTA 타결로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쿠전자는 죽 메뉴 기능 개발 등 중국을 겨냥한 제품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젖병 등 유아용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중소기업 김모(58) 대표도 “FTA 타결로 가격경쟁력이 갖춰지면 내년 매출이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트라 중국사업단 장상해 차장은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는 양날의 칼과 같다”며 “중국산 저가 공습이 우려되는 한편으로 프리미엄급 시장은 우리가 공략해야 할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남도영 유성열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