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수년째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주식 투자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지난해 최악의 불황을 겪고 대규모 인력 감축을 실시했다. 그러던 증권사들이 올해 들어 실적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증시가 활황인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금융감독원은 국내 59개 증권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잠정)이 8145억원으로 전 분기(2763억원)보다 194.8%(5382억원) 증가했다고 11일 밝혔다.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1.9%로 전 분기 대비 1.2% 포인트 상승했다.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요인은 채권 관련 자기매매 이익의 급증이다. 3분기 59개사의 채권 관련 자기매매 이익은 1조9360억원으로 2분기보다 4313억원이나 늘었다. 증권사들은 상당량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금리)이 내려가면 오른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증권사들에 대형 호재였던 셈이다.
인원과 지점 감축 등 증권사들의 비용절감 노력이 이어져 판매관리비(1조7774억원)가 전 분기 대비 1837억원 줄어든 것도 실적 개선에 일조했다.
증권사의 핵심 돈벌이인 수탁수수료 수익(9015억원)도 3분기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직후 경기 부양 드라이브 영향으로 2분기보다 1212억원 늘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거래대금(389조원)이 지난해 2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수탁수수료 수익도 증가한 것이다.
영업외이익(1784억원) 역시 삼성증권의 삼성자산운용 지분 매각이익 등으로 전 분기에 비해 1916억원 늘었다.
59개사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46곳이었고 13곳은 적자를 냈다.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이 순이익 1∼5위를 차지했다.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은 나빠졌다. 지난 9월 말 현재 전체 증권사의 평균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445.7%로 6월 말(451.8%)보다 6.1% 포인트 감소했다. 채권 보유 규모 확대에 따른 금리 관련 위험액 증가 등으로 총 위험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의 증권사 실적 개선은 채권 금리 하락 등 외부 환경에 의한 개선이어서 외부 환경이 급변할 경우 다시 악화될 수 있다”며 “향후 금리 변동에 따라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인력감축 증권업계, 민망한 ‘실적 대박’
입력 2014-11-12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