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주식시장에서 미국계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선언을 계기로 선진국발 ‘엑소더스’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은 국내 채권을 2580억원 순매도했다. 지난 8월(-80억원)과 9월(-2700억원)에 이어 3개월 연속 매도세다. 지난달 말 기준 미국의 국내 상장채권 보유액은 18조9600억원으로 지난해 말(20조580억원)보다 5.5% 감소했다.
주식시장에서도 미국계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에만 국내 상장주식을 3980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지난 3월 이후 이어진 미국의 순매수 행진은 8개월 만에 멈췄다. 미국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430조6400억원으로 지난 4월(424조2310억원)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계 자금 유출은 국내 증시에 악재다. 그동안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채권을 매입하며 4조 달러 이상을 풀었다. 이후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은 국내 증시는 밀려드는 외국인 자금의 혜택을 톡톡히 봐왔다. 미국은 양적완화를 시작한 2009년 3월 이후 올해 9월까지 5년 6개월간 국내 주식을 35조8340억원 순매수했다.
문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융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지난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0∼0.25%)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는 막대한 자금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채권·주식시장이 누렸던 양적완화 혜택이 사라진 상황에서 자금 유출의 관건은 미국의 경제지표가 얼마나 회복되느냐 하는 것이다. 연준은 향후 미국 고용과 인플레이션 지표가 목표치에 빨리 접근할 경우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선진국發 엑소더스 시작?… 채권·주식시장서 미국계 자금 급속 이탈
입력 2014-11-12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