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나라 안팎에서 망신을 사고 있다. 국내에서는 조직 내부의 성추행과 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소극적 대응 등으로 지탄을 받더니 국제 인권기구로부터는 활동이 미약하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등급 하락 판정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구현’을 설립 목적으로 내세우는 인권위가 조직 스스로의 존엄과 가치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3월 국제 인권기구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최근 재심사에서도 또 같은 판정을 받았다. 인권 전문가들은 좀처럼 등급 하락 결정을 하지 않는 ICC가 판정을 재차 보류했다는 것은 등급 하락과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2004년 ICC 가입 당시 A등급을 받았던 인권위는 2008년 심사에서 같은 등급을 유지했으나 정기 심사 시점인 지난 3월 처음으로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인권위가 실제 B등급을 받으면 투표권을 박탈당하는 등 한마디로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에 대해 거론할 자격이 없다는 의미다. 현재 120여 회원국 중 A등급 국가는 70여개국이다.
인권위를 둘러싼 비판이 확산되자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인권위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추궁이 적지 않았다. 특히 현병철 위원장 취임 후 각종 인권지표가 하락했다며 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았다.
굳이 의원들의 주장을 따르지 않더라도 인권위의 위상 추락에 따른 책임은 위원장이 져야 한다. 현 위원장 임기들어 인권위가 존립 근거에 부합하는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위원장의 조직관리 능력이 부실하다는 방증이다. 현 위원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7월 임명됐다. 재임기간이 무려 5년이 넘은 만큼 이제 물러날 때도 됐다. 우리 정부는 연일 북한의 인권 개선을 압박하고 있으나 정작 국제사회로부터는 국내 인권 상황을 압박당하는 역설에 빠져 있다. 현 위원장을 고집하는 한 그 해법은 요원하다.
[사설] 국제사회도 문제 적지않다고 판정한 인권위
입력 2014-11-12 02:16